작가 이해부터 작품제목'스토리'플롯 등의 순으로 파악
연극 평론을 하려는 전문가 혹은 마니아부터 연극 제작을 하는 연극 종사자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나 연극을 분석하고 평론을 하려면 반드시 희곡을 먼저 이해해야만 한다. 특히 연극을 제작하는 입장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는 마치 음식재료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낼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재료가 어떤 것인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아야 그에 맞는 요리법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의 맛을 지닌 최고의 음식을 요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재료의 선택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남들이 좋다고 하는 재료를 무조건적으로 선택해서도 곤란하다. 모두가 좋다고 하니 좋은 재료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희곡을 선택하기보다는 왜 그 희곡이 좋은 것인지를 이해하고 선택해야 좋은 연극을 만들 수 있다. 음식을 즐기고 연극을 즐기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재료로 만든 것인지, 그 재료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때 음식의 맛, 연극의 재미는 커진다. 또한 연극을 분석하고 평론하는 눈도 확실히 깊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희곡을 먼저 이해하고 분석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연극 평론을 위해서 혹은 연극 제작을 위해서 희곡을 이해하고 분석하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상당히 어려운 문제처럼 보이지만 이럴수록 간단하게 생각하면 해답은 의외로 쉽게 나온다. 일반적으로 누구나 궁금해하는 작가부터 파악하면 되는 것이다. 작가를 알고 난 후에는 뒤이어 나오는 여러 질문들을 따라가면 그만이다. 한마디로 누가 썼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라 하겠다. 그렇게 되면 그 희곡의 창작연대, 시대배경 등의 구체적 사실과 그 시대에 존재했던 극작법상의 여러 특징까지 이해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희곡이라고 불리는 연극 대본 그 자체를 파악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희곡을 이해하는 과정이자 분석 과정인 셈이다. 작품 제목을 왜 그렇게 정했는지, 그것이 작품의 소재 혹은 주제, 그것도 아니면 등장인물이나 분위기 등과 관련된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작품의 제목은 작가의 본능적인 감각 이외에 작품 제목을 정하는 여러 법칙 혹은 유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작품의 소재가 지니고 있는 의미, 작품에서 말하는 주제와 현재 우리에게 다가오는 가치, 등장인물의 특징과 줄거리, 극적 재미 등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희곡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구성 혹은 구조라고 불리는 플롯의 개념에 대해서도 눈을 뜨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시간적 흐름에 의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줄거리 즉 스토리와 구성 혹은 구조라고 불리는 플롯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역에 대한 이해야말로 전문가와 마니아를 구분 짓는 경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일부 연극평론가는 특히 플롯을 중점으로 해서 글을 쓰곤 한다. 연극 전문 학술지에 실어야 할 논문처럼 보이는 글로 자신의 지식을 뽐내면서 일반관객에게 소외감을 안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일부 연극 평론가는 연극 평론이라기보다는 앞서 말한 희곡 분석 방법만을 동원해 연극을 분석하고 평론하기도 한다. 이는 연극 평론이라기보다는 희곡 분석이자 희곡 평론이다. 그래서 현장 연극인들은 그런 연극 평론에 반기를 들곤 한다. 연극 평론에서 희곡 평론은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 편의 연극을 분석하고 평론하기 위해서는 연극의 종합예술적 특성을 무엇보다도 먼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연출가가 단순히 희곡을 해석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견해에 따라 창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배우 또한 희곡에서 그려진 인물을 자신의 몸으로 새롭게 창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 편의 같은 희곡이 연출가나 배우가 바뀌면 완전히 다른 연극이 될 수 있다는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희곡을 잘 이해하고 분석해야 한다. 희곡이 연극의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극 평론가와 연극 제작진, 나아가 연극 마니아를 꿈꾸는 관객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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