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2011년 등장한 가장 혁신적인 문장은 '월가를 점거하라'(Occupy Wall Street)이다. '미국의 가을'로도 불리는 반(反) 월가 시위는 '아랍의 봄',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과 함께 우리 시대의 부조리를 보여 주는 상징이다. 1%를 위한 세상을 바꾸자는 외침은 전세계로 확산되었고 자본이 곧 민주주의라고 오해했던 모습을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낯선 모습이 아니다. 1960년대 청년들은 베트남전에 대한 반대 의사를 집단적으로 밝혔고 전 세계 주요도시에서는 사회의 모순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를 높였다. 68혁명으로 상징되는 시대의 분위기는 현재 반 월가 동조 시위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다르다면 지금은 SNS가 분위기를 이끌고 있지만 당시는 대중음악이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
1963년, 22살의 청년 로버트 짐머만(Robert Zimmerman, 밥 딜런의 본명)은 대중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읊조림을 발표한다. '친구여, 바람만이 알고 있지'라고 흥얼거리는 노래 속에는 당시의 분노가 냉소적으로 담겨 있다. 평소 존경하던 영국의 시인 딜런 토마스(Dylan Thomas)에서 예명을 딴 밥 딜런은 1963년 발표한 앨범 '프리윌링 밥 딜런'(The Freewheelin'Bob Dylan)을 발표한다. 앨범에 담긴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은 밥 딜런을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가수로 각인시킨다. 특히 공민권운동에서 이 노래가 많이 불려지면서 저항을 상징하는 인사가 된다.
밥 딜런은 시대를 정확히 반영하는 노래를 불렀고 때로는 급진적인 메시지를 담기도 했지만 언제나 한 발짝 뒤에서 행동했다. 물론 백안관 앞 거리나 집회 현장의 중심에서 노래하기도 했지만 이내 발을 빼 버린다. 이런 점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1964년 발표된 앨범 '시대는 변하리'(Times They Are A-Changin')에서 밥 딜런은 자신의 정치적인 또 세계에 대한 인식을 담아낸다. 결국 시대는 변하고 세상은 좋은 방향으로든 아니든 흘러가기 마련이라는 냉소를 담은 것이다. 그리고 이듬 해인 1965년에는 어쿠스틱 기타를 벗어던지고 록음악을 수용하게 된다. 일렉트릭 기타와 록밴드를 대동하고 뉴 포트 포크 페스티벌에 등장했을 때 순혈포크주의자들의 비난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밥 딜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원한 것은 음악인으로 세계를 노래하고 싶었지 정치인이나 선동가가 아니었던 것이다.
가장 미국적인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엘비스가 록음악에 육체를 선사했다면 밥 딜런은 정신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대중음악에 위대한 정신과 자세를 선물한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 반 월가 시위 관련 다큐멘터리에 사용될 때 머리 속에 '시대는 변하리'가 떠오른다. 원래 희망과 비관은 한 몸이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일까?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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