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놀라운 선동가는 명망 있는 웅변가가 아닌 보잘것없는 무명(無名)의 벙어리였다. '티네베리 우마이'라는 인도 시골 출신 벙어리는 1801년 그 유명한 '포리갈의 반란'을 주도, 한때 전 인도를 폭력혁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었던 선동가였다.
태어날 때부터 벙어리였던 그는 손짓만으로 민중을 사로잡아 민중혁명을 이끌었다. 전 인도를 뒤흔든 그의 선동혁명은 수천 명의 추종자가 죽임을 당하고 수백만 금(金)의 국고가 탕진된 뒤에야 가까스로 진압됐다. 이후 인도 통치자들이 이 이름 없는 벙어리의 손짓만으로 일어난 민중혁명(반란)에서 얻어낸 교훈은 '결코 하찮은 광신자(狂信者)의 힘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200여 년이 지난 오늘의 우리 사회는 어떤가. 무명의 벙어리가 아닌 고작 몇 명의 대중 스타들과 조직적인 선동가들이 SNS 속에서 기존 정치권을 쥐락펴락하며 세상 바꾸기를 주도하고 있다. 벙어리 선동가의 혁명처럼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 될 세력으로 커가고 있다.
민중혁명은 정부의 무능이나 부패에 염증을 느끼게 될 때 언제든지 그것을 개선하거나 전복시킬 권리를 행사하려 든다. 링컨은 그것을 '혁명권'이라고 불렀다. 그런 혁명권의 유혹은 정치를 운용하는 지배계급이 무능하여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또 다른 새 지배계급이 교대하여 정치를 지배하도록 길을 틔워주자는 민중의 반발 욕구가 일어날 때 생겨난다.
MB 정권은 혁명권의 꿈틀거림을 못 느끼거나 손쓸 힘을 잃은 것 같다. 강한 활에서 힘차게 나아간 화살이 그 기운이 다하는 곳에 이르면 엷은 비단 하나도 못 뚫는 것처럼 갖가지 거짓 루머, 조롱 섞인 선동과 폭력 앞에 맥을 못 쓰고 있다. 그 틈새에서 연예계의 젊은이는 개그 수준의 정치 비판으로 세상을 희화화하고 사법부는 현직 부장판사가 FTA 반대 글을 제멋대로 띄워 올린다. 수사 경찰관들은 수갑을 반납하고 입법부는 스스로 의사당에 최루탄을 터뜨려 정권의 무기력함을 조롱한다.
계층 괴리 분위기가 18세기 프랑스 시민혁명 전야와 크게 다르지 않다. 1789년 프랑스도 상층사회가 부(富)를 독점하고 국가 경제가 상승할수록 빈부차가 커지기 시작했다. 도시 빈민층과 농민 노동계층은 경제적 신분 상승의 희망이 사라진 채 세금에나 시달려야 했다. 갖가지 루머와 선동 속에 왕권과 국민회의와 귀족과 농민 노동자, 거기다 사법부까지 각 계층 간의 불균형이 극에 달했던 상황도 지금의 우리 상황과 닮았다.
루이 14세 왕궁에서 이른바 '다이아몬드 목걸이 섹스 스캔들'이 터지고 있을 때 서민계층은 임금 소득의 88%를 빵 값으로 내놔야 했다. 1천만 원짜리 핸드백 수백 개가 대형 백화점 개점 기념으로 예약될 때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은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벌기 위해 겨울바람 속에서 온종일 뛰어야 하는 우리와 닮았다. 파리 고등법원 판사들은 국가왕권에 저항하는 불법 폭동을 징벌하는 대신 거꾸로 진압하는 지휘관을 파면시키는 등 이상한 판결을 쏟아냈다. 폭도가 영웅, 의사(義士)가 되는 이상한 판결이 나오는 우리 일부 사법부 계층과 역시 닮아 있다.
사상과 이념 또한 좌우로 갈렸다. 볼테르는 '200마리 쥐보다 한 마리의 사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좋다'며 보수 왕권세력을 지지했다. 반대로 루소는 '부자와 예술가 손아귀에서 놀고 있는 돈이 사치하고 쓸데없는 물건을 사느라 농부에게는 전혀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이 장식용으로 실을 다 써서 농부들은 한 벌의 옷도 없다'며 인민의 평등을 주장했다. 오늘날 보수, 좌파로 나뉜 이념과 사상의 분열과 빼닮았다.
우리의 서민 살림은 이제 저축을 뽑아 생활비로 쓰는 단계까지 악화됐다. 머잖아 빵 값으로 소득의 88%를 내야 할 시점이 오면 판사, 연예인, 시민운동가가 아닌 벙어리가 나서도 민중혁명의 불길이 댕겨질 수 있다. 보라! 보수인사 집 주소를 공개하고 오물 투척을 선동한 데 이어 드디어 경찰서장까지 폭행당했다. '폭력혁명'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 시작하고 종북 광신자들이 뚫는 댐의 구멍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눈치 아부와 퍼주기로는 혁명을 예방할 수 없다. 정치적 포퓰리즘은 훗날 더 크고 불행한 혁명을 초래한다. 뿌리부터 치유해야 한다. 처방은 하나뿐. 정치'사회 대개혁과 강력한 법치 회복, 서민 중심의 상생경제를 제대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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