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칫솔 고르기

입력 2011-11-28 07:34:20

한번은 치료를 하고 있는데 어떤 환자 분이 치료 내내 칫솔을 손에 꼭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치료가 끝난 후에 칫솔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가 물어보니 치과의 양치실에 비치해둔 일회용 칫솔이란다. 한 번 사용하고 버리기가 아까워서 집에서 다시 사용하려고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마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분이 틀림없을 것이다. 일회용 칫솔은 여러 번 사용하면 칫솔모가 빠져서 잇몸에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한두 번 더 사용하고 버리거나 다른 용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해주었다.

간혹 칫솔이나 치약을 고르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배우자를 고르는 것보다 신중히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아마 너무 많은 종류의 칫솔과 치약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저마다 독특한 기능이 있다고 광고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칫솔은 칫솔모의 강도에 따라 강강도, 중강도, 약강도, 초약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칫솔의 포장지를 자세히 보면 강도가 표시돼 있다. 강한 모는 주로 치석이 많이 생기거나 착색이 많이 되는 분들이 사용하면 좋고 잇몸이 부실하여 치아가 많이 시린 분들은 부드러운 칫솔모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대부분은 중간 정도의 강도를 사용하면 무난하다.

칫솔의 기원은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인류는 잘근잘근 씹을 수 있는 막대기를 사용했는데 이를 칫솔의 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기원전 6세기경에 인도인들은 잔 나뭇가지를 씹어서 섬유질이 빠져나오게 하여 현재의 칫솔과 비슷한 기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1500년경에 중국에서 고전적인 칫솔이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나무로 된 손잡이에 천연명주실로 칫솔모를 엮은 형태였다고 한다. 이후 이러한 형태의 칫솔이 중국에서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대단한 인기를 모았는데 당시 유럽인들 중에는 칫솔을 목걸이처럼 항상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들도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칫솔은 값비싼 금속과 보석으로 장식된 대단한 사치품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오랫동안 널리 보급될 수 없었다.

또한 당시 병원들은 구강 위생에 고약이나 포마드를 처방하는 것을 선호하여 이러한 칫솔을 터무니없는 물건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칫솔은 천연명주실의 생산량 부족으로 공급이 중단되면서 인조명주실이 칫솔모를 대신하게 되는 근대에 와서 대중들에게 보편화되었다. 현재 다양한 기능들로 특허를 획득한 칫솔이 무려 6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칫솔 고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송년회와 같은 모임이 많아서 구강 위생에 게을러지기 쉬운 시기이다. 잘 고른 칫솔 하나 치과 진료 부럽지 않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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