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 전문점 전통 잇는 서철교·김술란 씨 부부

입력 2011-11-28 07:38:15

스님 옷에 무슨 트렌드? 승복도 유행 꽤 타는걸요

2대째 승복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원창사가 올해로 반세기를 맞았다. 서철교(오른쪽) 대표와 부인 김술란 씨가 직원들과 승복을 만들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대째 승복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원창사가 올해로 반세기를 맞았다. 서철교(오른쪽) 대표와 부인 김술란 씨가 직원들과 승복을 만들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중구 남성로 약전골목에 자리한 원창사. 가게에 들어서자 양옆으로 승복 원단과 승복들이 줄지어 진열돼 있어 마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가게 뒤편 40㎡의 자그마한 공장에서 직원들이 열심히 승복을 만들고 있었다. 기자가 취재하는 사이에도 승복을 주문하려는 스님들의 전화가 계속 울렸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승복 전문점으로의 전통을 오롯이 지키는 원창사는 올해로 50년을 맞았다.

◆2대에 걸쳐 승복 제작만 반세기

원창사를 운영하고 있는 서철교(56)'김술란(54'여) 씨 부부. 하지만 원창사의 역사는 서 대표의 아버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때 대구 최고 번화가인 북성로에서 '원창락사'라는 이름으로 양복점을 열었다. 당시 지역에 양복점이라고는 두 군데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양복점에서 양복뿐 아니라 한복도 같이 만들던 시절이다. "아버지가 가게를 북성로에서 약전골목으로 옮겼는데 기술이 좋아 우연히 통도사 방장을 하셨던 초우 스님의 눈에 띄었고 승복 제작을 제의받았어요. 그것이 승복 전문점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당시에는 승복을 비구니 스님들이 손수 만들던 때였다.

원창사는 조금씩 승복 제작을 함께하다 1961년 아예 승복만을 만드는 전문점으로 출발한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승복 전문점이 탄생한 것이다. 그러자 삽시간에 입소문을 타고 승복 제작 의뢰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정말 정신없이 바빴죠. 물량이 많이 밀려 휴일도 없이 아침 8시에 출근하면 밤 10시에 퇴근해야 했죠." 직원이 많을 때는 7, 8명 정도가 있었고 이도 손이 모자라 가족까지 승복 제작에 매달렸다. 이후 이곳에서 기술을 배운 직원들이 하나 둘 독립해 가게를 차렸고 그런 가게들이 전국적으로 20군데가 넘었다. 서 대표는 아버지 일을 돕다 1982년 결혼과 함께 원창사를 물려받아 본격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손으로 제작하는 이곳 승복은 영남 지역의 웬만한 사찰에는 모두 납품된다. 해인사와 동화사, 직지사, 운문사 등 조계종단 큰 사찰은 물론이거니와 진각종, 천태종 등에도 들어가고 있다.

승복 제작이 반세기를 이어온 것은 무엇보다 보람 때문이다. "성직자들이 우리 손으로 직접 재단하고 손바느질한 옷을 입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죠. 승복 제작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스님에 대한 공경심으로 일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 다른 일을 상상도 못했죠."

서 대표 부부는 드러나지 않게 봉사도 서슴지 않는다. "요즘은 사찰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헌 옷을 갖고 오는 경우가 적잖은데 이를 고쳐주고 있죠. 불교행사 때 부스를 만들어 무료로 고쳐주는 일도 하죠. 틈틈이 대한불교청년회나 아는 스님들이 불사를 지을 때 쌀을 지원하거나 도움을 주고 있어요."

◆승복도 유행을 탄다

과거에는 승복이 대부분 무명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실크, 순모, 혼방, 면 등 다양한 원단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큰스님들은 대체로 자연 원단인 순모나 실크를 애용하고 있다고 한다. "승복은 상하 한 벌이 30만~60만원 정도로 꽤 비싼 편이죠. 일반적으로 세트(장삼, 두루마기, 동방아, 적삼, 조끼, 바지)로 사는데 비싼 것은 한 세트에 150만원 정도 해요."

조계종단 승복은 회색이 기본이다. 회색은 먹을 의미한다. "승복이 회색인 것은 진한 먹물을 계속 사용하면 연해지듯이 그에 따라 수행도 짙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과거에는 스님들이 직접 승복에 먹물을 물들여 만들었어요." 회색의 종류만도 30가지가 넘는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고르는 것. 과거에는 스님들이 진한 색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연한 색을 입는 것이 유행이다.

원창사는 조만간 동성로로 가게를 옮긴다. 지금의 터에 경북과학대학에서 전시장을 만든다고 해서 비워줘야 하기 때문. "물론 많이 아쉽죠. 하지만 이전할 동성로 쪽이 위치가 좋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싶어요. 앞으로는 승복 외에 스님 이불과 참선 방석, 모자, 라운드 티 등 소품도 같이 제작할 거예요. 스님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런 것들을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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