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교육은 행복 보장 못해…인문교양 가치 역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EBS에서 샌델 교수가 수업하는 모습을 연속하여 방송한 적이 있다. 우리가 받아온 일방적 강의식 수업이 아닌 철저한 문답식 교육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지켜보며 무척이나 부러웠다.
세계 100대 석학 중 한명이라는 미국의 정치'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를 읽었다. 저자는 미국식 인문교양교육의 가치를 역설하며, 경제개발을 상위의 가치에 두고 실용적인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는 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문답식 교육과 노벨문학상을 받은 인도의 시인 타고르의 예술교육에 대한 굳은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밝히고자 한다.
저자에 따르면 끊임없는 질문으로 학생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소크라테스식 문답교육은 학생의 비판적 사유와 성찰 능력을 일깨우는 것이다. "자세히 검토되지 않은 삶이란 사람으로서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 소크라테스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수사학을 좋아하고, 논쟁을 의심쩍어하던 민주주의 체제에서 비판적 문제 제기라는 이상에 매진한 탓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오늘날 그는 서구 전통에서 교양교육의 이론과 실천의 중심에 있다.
"시민들은 사실적 지식과 논리적 지식, 이 둘만으로는 자신을 주위의 복잡한 세계에 연결시킬 수 없다. 이 두 가지에 밀접히 연관된 것으로서 시민들에게 요청되는 세 번째 능력은 바로 서사적 상상력이다."
저자는 서사적 상상력은 공감능력으로, 민주주의 교육에 관한 현대 사상의 핵심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공감능력교육의 탁월한 예로 타고르를 인용하는데, 타고르는 학교를 세워 음악'연극'시'회화'무용 같은 예술교육을 중심에 두고 교육했다고 한다. 타고르는 예술이 내면적 자기 함양과 타자에 대한 대응 태도'능력 양자를 증진시키는 무엇이라고 보았고, 수업 과정 전체에서 역할 놀이법을 활용했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의 민주적 시민정신을 위한 교육은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의 일부 대학에서는 여전히 인문교양교육이 꽤 잘 실천되고 있고 기부자들의 참여가 늘어가고 있지만, 경제위기로 말미암아 수많은 대학들이 인문학과 예술 관련 프로그램에서 심각한 규모의 예산과 인력 삭감을 단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문교양교육의 전통이 빈약했던 유럽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타고르가 창제했던 '세계 전부'라는 이름의 다학제교육 중심 대학도 독자적 인문교양 커리큘럼을 잃어버렸다.
저자는 인문교양교육과 예술교육의 강화를 통해 타인의 아픔에 대해 연민을 느끼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을 키워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인문교양교육의 위기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적절히 교육된 시민들로부터의 지지 없이는 그 어떤 민주주의 체제도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적극적이고 비판적이고 성찰적이며 타인에게 깊이 공감할 줄 아는 공동체 성원,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다양한 이들과 함께, 존경과 이해의 바탕 위에서, 아이디어를 서로 교환할 줄 아는 공동체 성원들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그러나 더 많은 부의 추구와 이윤 창출에 매달리면서, 이러한 교육의 방향성은 심각하게 손상을 입고 흔들리고 있다. 권위를 비판하는 방법에 무지한, 기술적으로 잘 훈련된 사람들, 무딘 상상력을 지닌 이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곁에 다가온 민주주의 교육의 위기를 경고하고, 교육의 본래적 목적과 의미를 상기시키려고 노력한다.
수능을 전후하여 몇 명의 수험생이 목숨을 끊었다. 이런 끔찍한 일들조차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우리의 모습이 두렵다. 철학적 깊이와 예지에 가득 찬 마사 누스바움 교수의 책을 읽으며 교육의 본질과, 오늘날 우리 시대 교육이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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