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서 진료받기 '하늘의 별따기'
중국에서 대형병원이나 유명 의사의 진료를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이른 새벽부터 진료 접수를 위해 사람들이 병원 앞에 장사진을 이룬다. 심지어 며칠씩 줄을 서서 기다려도 접수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조급해진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하오판즈'(號販子'진료증을 파는 사람)를 통해 웃돈을 얹어 주고 접수증을 살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하오판즈'의 손에 있는 접수증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걸까. 최근 베이징통런(北京同仁)병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안과 질환 치료로 유명한 베이징통런병원에는 매일 9천여 명의 환자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고 있다. 환자들은 자신의 병을 치료해 줄 유일한 희망을 갖고 머나먼 곳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하오판즈'의 눈에는 단순한 먹잇감일 뿐이다.
'하오판즈'의 휴대전화에는 각 진료실, 의사들의 진찰 시간. 의사 개인 정보 등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이 정보를 이용해 진료증을 받지 못한 환자들에게 접근해 비싼 웃돈을 받고 팔고 있다. 일종의 암거래인 셈이다.
이런 '하오판즈'의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한 사람이 줄을 서서 진료증을 받은 뒤 팔아넘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집단화, 규모화, 분업화해 병원 진료증을 빼내고 있다. '하오판즈'는 전문적으로 줄만 서는 사람, 호객하는 사람, 진료증을 파는 사람, 돈을 받는 사람 등 분업화하고 있다. 경찰은 베이징통런병원 인근에 초소를 만들어 이들을 색출하러 나섰다. 하지만 '하오판즈'는 '새벽조'와 '저녁조'를 만들어 교묘히 경찰의 단속을 피하고 있다.
'하오판즈'에 대한 경찰의 단속도 어렵자 베이징통런병원은 올 7월부터 80%가량을 인터넷을 통한 진료 예약으로 시스템을 바꿨다. 물론 밤을 새우며 줄을 서야 하는 환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한 진료예약조차하기 어려웠다. 어찌된 일인지 '하오판즈'는 어느 때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접수증을 가지고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려도, 인터넷을 통해 예약해도 '하오판즈'는 의사의 자료를 농단하고 있다. '하오판즈'를 통해 진료증을 받으려면 적게는 수백위안, 많게는 수천위안을 줘야 한다. 이를 통해 '하오판즈'는 한 달에 보통 2만~3만위안을 벌어들인다. 한 장에 4위안 하는 진료접수증으로 의사는 1위안 정도밖에 돈을 벌지 못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통런병원과 경찰이 합작으로 매일 조사하고, 매년 색출해도 아직까지 240여 개의 '하오판즈'가 설치고 있다. 경찰은 '하오판즈'의 사진과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설령 '하오판즈'를 적발했다 하더라도 '치안관리처벌법'에 따르면 금액이 그리 크지 않아 경고나 단기구류에 그치기 때문이다. 거액의 거래 이윤에 비해 처벌이 너무 미미한 탓에 이런 일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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