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논술 톺아보기] 현실과 당위가 매일 다툰다

입력 2011-11-22 07:23:54

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비행기가 멈추고, 출근시간이 늦어지고, 대한민국 전체가 수능 마법에 걸렸다. 수능이 쉬웠다는 발표 직후에 사교육 시장에 논술 바람이 불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학원가에 경북대학교 AAT시험에 대비하는 특강반이 늘고, AAT전형이 경북대학교 지원율 상승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말도 오갔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반복되는 이러한 풍경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 논술 바람, 사교육 특강반, 대학 지원율. 이런 단어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교육의 본질 중 무엇인가를 분명 도둑맞고 있는데 그것이 진정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전제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아무리 아이들 성적이 높아지더라도, 심지어 2012년 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 받은 아이들이 수만 명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서울대 신입생 정원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 입시는 이른바 '제로섬 게임'이다.

아이들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수능점수 1점을 높이려고 애쓰는 선생님이나 학교에 논술수업을 정착시켜 사교육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싶은 선생님이나 그 본질은 동일하다. 그것이 여전히 나를 답답하게 만든다. 현실과 당위가 내 안과 바깥에서 매일 다툰다. 아이들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도와줄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그것이 아이들의 미래와 어떻게 결부될 것인가를 동시에 판단해야 한다. 문제는 그 둘의 괴리가 제법 크다는 점이다.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 동안 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에서는 고3 학생들을 위한 AAT고사 대비 '대입적성교실'을 열었다. 지난 10월 29일, 30일에는 토요디베이트학교 수강생들과 함께 디베이트 캠프를 열었다. 전자가 현실이라면 후자는 당위이다. 교육정책도 언제나 현실과 당위를 횡단한다. 하지만 대입적성교실이나 토요디베이트학교에 참가한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모두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것이 현실이든, 당위든 아이들의 눈은 언제나 진실에 향해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진실한 가르침에는 언제나 감동한다.

어느 모임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나 교육청이 자꾸 만드는 정책으로 인해 학교 현장이 너무나 힘들어한다고. 그것도 진실이다. 하지만 그 이유로 인해 교과부나 교육청이 정책을 개발하는 것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교육행정 주체가 지닌 기본적인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책이 지닌 교육적 의미이다. 현실과 당위를 떠나 아이들이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풍경이 선생님들에겐 가장 본질적인 행복이다. 만약 이런 정책을 계획하지 않았다면 그 같은 풍경도 보지 못했을 게다. 따라서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의 현재를 진단하여 당면한 어려움을 도와주고,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을 지금보다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

선생님들은 그러한 정책 중에서 아이들을 위해 정말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 현장에서 실천하면 된다. 정책이라는 꽃은 개발하는 사람이 피우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사람에 의해 피어난다. 자신의 영역이나 철학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하지 않으면 된다. 불평보다는 많은 정책 중에서 취사선택하거나, 그도 아니면 스스로 개발하여 실천하면 된다. 실제 교육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방법을 개발하여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누가 뭐래도 교육은 선생님들이 가장 큰 희망이다.

한준희 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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