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4개마을 한적한 농촌, 무릉도원을 꿈꾸다

입력 2011-11-21 11:08:17

화산·화남면 등 미술프로젝트…작가 50여명 예술작품 설치

20일 영천시 화산면 화산1리 도로 옆의 대형벽화
20일 영천시 화산면 화산1리 도로 옆의 대형벽화 '신강산무진도' 앞에서 작가들이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한적한 농촌마을이 문화유산과 예술작품의 조화로 생동하는 미술마을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영천 화산면 가상리와 화산1, 2리, 화남면 귀호리 일대 4개 마을이 '2011 마을미술프로젝트' 사업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문화예술마을로 변신했다.

'영천별별미술마을'로 이름 붙여진 이 문화예술마을은 '신몽유도원도-다섯 갈래 행복길'이란 콘셉트로 무릉도원처럼 행복한 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기획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이뤄진 이번 마을미술프로젝트에는 20대부터 70대까지 전국의 역량 있는 작가 50여 명이 지난 8월부터 이 마을에 머물며 조각, 회화, 건축, 디자인,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 45점을 설치했다.

빈집, 시멘트벽, 경로당, 재실, 정자, 방앗간, 버스정류장, 다리 등은 물론 평화로운 농촌 들녘의 느티나무 아래와 저수지에도 작품이 들어서 마을 전체가 미술관처럼 느껴진다.

영천시는 22일 화산면 가상리 마을의 빈집 갤러리 앞마당에서 지역 기관단체장, 도'시의원, 문화부 관계자, 마을미술프로젝트 추진위원, 주민 등이 참가한 가운데 '영천별별미술마을' 개막 행사를 갖는다.

다섯 갈래 행복길은 걷는 길, 스무골길, 도화원길, 바람길, 귀호마을길 등으로 구성돼 있다.

걷는 길은 가족이나 연인끼리 가상리 마을 골목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예술작품과 문화유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걷는 길에는 마을 어른들의 사진을 볼 수 있는 '동네 박물관', 주민들의 핸드프린팅 작품이 있는 경로당, 빈집을 작품화한 '빈집 갤러리 마루', 대나무로 둘러싸인 '바람의 카페', 농산물과 수공예품을 구입할 수 있는 '아트숍', 골목 벽화 등 예술작품이 집중돼 있다.

스무골 유적지 가는 길에는 솟대로 장식한 가상교, 수달관측소 등의 작품을 지나 산을 오르며 가상리 마을의 역사와 풍수를 살펴볼 수 있다.

마을 입구의 도화원길은 신몽유도원도를 상징하는 '메신저', 느티나무 밑의 쉼터 '바라보기', 저수지에 뜬 '별의별' 등의 작품과 안동권씨 재실 등을 돌아보며 산책하기에 제격이다.

화산1, 2리와 귀호리를 한 바퀴 돌아오는 바람길에서는 농촌의 일상을 담은 '신강산무진도' '신몽유도원도-바람부는날' '가상리에서 바라보다' 등 대형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귀호마을길에서는 조선후기 학자이자 공조참의를 지낸 귀애 조극승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정자 귀애정 및 귀애고택과 '저하늘 별을 찾아' '고추잠자리의 여정' 등 조각작품을 볼 수 있다.

'영천별별미술마을'에는 벌써부터 예술작품을 보기 위해 도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친구와 함께 대구에서 이 마을을 찾은 김재연(30) 씨는 "시골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편안하게 작품을 볼 수 있다"며 "가족이나 연인끼리 방문해 추억을 만들기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도 외지인들의 방문을 반기고 있다. 걷는 길 골목 벽화의 실제 주인공인 가상리 주민 안화순(80) 할머니는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에 도시인들이 찾아와 인사하며 사진 촬영을 요청해 하루하루가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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