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문석현(24) 씨는 선배로부터 지역의 한 게임업체에 대한 칭찬을 들었지만 내심 의심했다. 대기업인 아닌 중소기업이 얼마나 괜찮을까 하는 편견을 가졌던 것. 하지만 문 씨는 여름방학 동안 연수를 받으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그는 "중소기업을 현장에서 체험하면서 나 스스로가 미흡한 인력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우수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지금껏 생각하던 중소기업과는 너무도 달랐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취업 예정자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과 쾌적한 근무환경 등을 갖춘 알짜 중소기업들이 문을 열고 청년들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 경제단체와 기관들이 마련한 현장 방문 및 인턴십 등도 인식을 바꾸는데 한몫하고 있다.
◆"가족 같은 근무 환경"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은 지난 여름방학 동안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학생 단기 취업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우수 인력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 현상을 불식시키기 위해 마련한 행사로 80여 명의 대구경북 지역 대학생이 참가했고 이달 8일 참가 학생을 대상으로 '현장연수 프로그램' 우수사례 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예비 취업자들은 '생각보다 달랐던 중소기업'에 대해 호평을 쏟아냈다.
사례 발표에서 최우수로 선정된 계명대학교 이은지(22'여'사진) 씨는 "대기업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것을 중소기업의 현장을 돌아보고서 알게 됐다"며 "중소기업은 자기계발과 소속 지역에 있음으로 얻는 이점들이 굉장히 많다"고 강조했다.
이 씨가 현장근무를 한 곳은 지역의 우수 섬유업체인 '보광직물'. 패션을 전공하는 이 씨는 현장 연수 이후 자신의 미래 롤 모델로 보광직물의 차순자 대표로 정했다. 이 씨는 "대구 지역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근무 여건이 일반 대기업만큼 우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8월 한 달간 대구 지역 중소기업 '㈜대성 G-3'에서 현장 연수를 받았던 최호선(25'대구대) 씨는 취업에 대한 고민을 해결했다.
최 씨는 "대다수 친구들이 '대기업에 먼저 지원해보고 떨어지면 중소기업에 가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이번 연수를 통해서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못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경쟁률 높아진 중기 취업
동북지방통계청의 '2011년 10월 대구'경북지역 고용동향'에 따르면 대구지역 취업자는 119만5천 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2만6천 명(2.3%) 증가했다.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2%포인트 상승한 58.1%를 기록했다. 같은 달 대구지역 실업자는 3만2천 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9천 명(21.8%) 줄었다. 실업률도 전년 동월에 비해 0.8%포인트 감소한 2.6%로 나타났다.
고용시장에 순풍이 조금씩 불고 있는 것을 두고 지역 중소기업들은 수출 증가 등의 외적인 요인과 함께 젊은이들의 지역 중소기업 지원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상반기 10명을 채용하는데 30명이 지원해 놀랐다"며 "최근 구직자의 눈높이에 맞춰 회사 복지환경 개선과 현장 방문 프로그램 등을 연 덕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는 기업 현장 방문, 인턴십 및 연수 프로그램 등이 활성화되면서다. 과거에는 꺼림칙하던 중소기업의 근무 환경이 쾌적하게 바뀌었지만 고착화된 인식이 쉽사리 변하기 어려웠다. 이에 기관들이 쾌적한 근무 환경과 우수한 기술력 등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젊은이들에게 직접 다가서고 있다.
고용노동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제고와 취업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이달 4일 '지역 우수기업 탐방'행사를 열고 성서산단의 한 중소기업을 찾았다.
또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은 현장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현장연수 프로그램은 중소기업 인력난의 원인 중 하나인 청년층의 막연한 중소기업 기피현상 해소를 위한 것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지역 우수 중소기업 현장연수를 학점과 연계해 진행하자 현장을 찾는 청년들의 변화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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