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영국 왕실 재정고문 토머스 그레셤

입력 2011-11-21 08:00:00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토머스 그레셤(1519~1579)이 발견했다는 '그레셤의 법칙'이다. 그러나 이 법칙은 14세기 프랑스 철학자 니콜 오렘에 의해 일찍부터 알려졌고, 그 뒤 폴란드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도 이미 그레셤이 태어난 해에 이 현상을 자세히 기술한 바 있다. 그래서 중유럽 일부와 동유럽에서는 '코페르니쿠스의 법칙'이라고 한다.

런던의 상인 집안에서 태어나 에드워드 6세와 엘리자베스 1세의 재정고문으로 있으면서 왕실의 공채 모집, 군수품 구입 등에 종사했다. 네덜란드 대사로 있을 때 자비로 세운 증권거래소를 모델로 왕립 증권거래소를 설립했으며 사업 수완이 뛰어나 외환거래와 무역을 통해 당대 영국 최고의 갑부로 불릴 만큼 돈도 많이 벌었다. 1579년 오늘 사망했다. 그가 그레셤의 법칙 발견자로 둔갑한 것은 1558년 엘리자베스 1세에게 보낸 편지 때문이다. 여기에서 그는 "선왕(先王)들이 주조한 저질 주화 때문에 폐하의 모든 순금들은 폐하의 왕국을 벗어나게 됐습니다"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영국의 경제학자 헨리 매클라우드가 1858년 '정치경제학 요론'에서 그레셤을 양화 구축 현상의 발견자라고 한 것이 그대로 굳어진 것이다. 오렘과 코페르니쿠스는 '저작권'을 도둑맞은 셈이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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