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뒤흔드는 초절정 인기 어디까지
바람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서너 명만 모이면 대화에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일부에서는 내년 총선에 '친박(朴)연대'를 본뜬 '친안(安)연대'가 등장할 것이란 웃지 못할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혜성과 같이 등장한 '안철수 신드롬'은 '2011년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안철수 바람은 이제 현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취임 이후 잠시 신문 지면에서 자취를 감췄던 안 원장은 이달 14일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금액도 무려 1천700억원에 이르렀지만 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만한 내용으로 가득 채워진 편지 형식을 빌려 더욱 화제가 됐다.
그 때문에 안 원장의 이번 결정을 대권 행보의 신호탄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여론은 높은 지지율로 즉각 화답했다.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15일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1천558명)에서 안 원장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가상 양자대결에서 47.9%의 지지를 기록, 박 전 대표(42.0%)를 앞섰다.
특히 여야의 차기 주자들을 함께 대상에 올려놓은 다자대결에서도 안 원장은 박 전 대표와 함께 33.7%로 공동 1위에 올랐다. 다자대결에서는 항상 박 전 대표가 앞서왔던 '공식'이 깨진 것이다. 박 전 대표 수준의 고정 지지층이 생겨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정치권에선 내년 1월 출간될 예정인 안 원장의 자서전 성격 에세이집이 풀리면 한 차례 더 지지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구체적인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은 담기지 않겠지만 자신만의 스타일로 우리 사회에 대한 고민을 밝히면 호응이 뜨거울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그가 펴냈던 책들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다.
안 원장은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전국을 돌며 북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4월 총선에 맞춰 선거운동에 준하는 전국 투어를 통해 정치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격이어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로 다른 계산에 바쁜 정치권
안 원장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엇갈린다. 계파별 손익 계산 때문이다. 여야 모두 가릴 것 없이 모두들 '안철수', '안철수'를 말하지만 속내는 다른 셈이다.
한나라당은 '안철수 영입론'을 놓고 '친박 대 반박' 구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15일 워싱턴특파원 간담회 등에서 "한나라당이 안철수 같은 사람을 영입하기 위해선 박근혜 전 대표가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며 "마땅히 들어와야 할 분을 당이 빨리 영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몽준 전 대표 역시 안 원장 영입에 대해 "같이 일할 수 있으면 좋은 일"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친박계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발끈하고 있다. 가능성을 떠난 이 같은 발언들이 '박근혜 흔들기'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안 원장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한나라당은 응징을 당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까지 말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안 원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과 관련, "나서도 좋고 안 나서도 좋고 다 좋지만 환영할 필요까지 없지 않겠느냐"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이른바 '반박(反朴) 전선'을 형성한 친이 구주류가 안 원장과 손을 잡고 대권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친박 핵심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해 "안 원장은 걸핏하면 상식'비상식을 이야기하는데 FTA에 대한 안 원장의 상식이 뭔지 공개적으로 묻고 싶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러브콜을 꾸준히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쉬움도 묻어난다. 안 원장이 기성 정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통합 시기가 촉박해지면서 일부에서는 더 이상 안 원장에게 목을 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밖의 인사들 가운데에는 안 원장의 정치 행보에 대해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이가 많다. 16일 물러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퇴임식 후 기자간담회에서 "안 원장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인슈타인이 미국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과 같다"며 "과학자는 과학을 해야한다. 절대 정치에 관여하면 안된다. 왜 정치권에 기웃거리느냐"고 꼬집었다. "돈 좀 벌고 이름 좀 났다고 그러면 안된다. 자기가 안 나서도 된다"고도 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14일 "자꾸 안개만 피우니까 이 나라 정치가 '안개 정치'가 되고 정치 발전에도 도움이 안된다"며 "젊은 사람답게 떳떳하게 태도를 밝힐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안 교수가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훌륭한 인재로 남아있길 바란다"며 "섣불리 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본인을 위해 안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안 원장이 정치 무대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에 대해서는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무소속으로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란 이야기부터 범야권 통합정당에 들어갈 것, 제3 신당 창당설까지 다양하다. 그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눈길과 손길을 보낼 것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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