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행정가로 현장예술 적극 지원할 것"

입력 2011-11-15 07:08:09

김재만 대구 달성문화재단 정책실장

"지난 3년간 100편은 넘을 겁니다."

이 수치는 대구 달성문화재단 김재만(48) 정책실장이 참여한 작품 수로 지난 3년 동안 그가 얼마나 예술활동에 몰두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그는 오페라, 뮤지컬, 연극, 무용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며 배우로 출연도 했다. 오페라 '불의 혼' '박쥐',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참가작 '사랑을 훔치세요', 창작뮤지컬 '낙동강 며느리 투이' 등 수많은 작품에 관여했다.

김 실장은 "대한민국 예술인 가운데 가장 많이 작품활동을 했을 것"이라고 쑥스러워했다. "일단 가정은 없었죠. 토·일요일에도 공연장에서 살았고 평일에도 오전에는 현장, 새벽에는 대본 작업에 매달렸죠. 당시에는 술을 마시는 시간도 아까웠어요." 이는 한때 10년 동안 돈벌이를 하고자 공연 분야를 쉬었던 데 따른 보상 심리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 김 실장이 워낙 많은 작품에 참여하다 보니 혹자는 지역 공연이 김 실장이 참여한 작품과 아닌 작품으로 나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했다.

김 실장은 아직 '정책실장'이란 호칭이 어색하다. 3개월 전만 해도 소극장 엑터스토리 대표로 현장에서 연극을 지켰기 때문. 물론 지금도 퇴근 후 예술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지금도 그는 문화행정을 맡고 있지만 연극인이자 현장 예술가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단다. 얼마 전 김 실장은 최현묵 씨가 대본을 쓰고 자신이 연출한 연극 '로드 투 파라다이스'를 갖고 서울 대학로 소극장 축제 'D.Festa'에 참가하기도 했다. 일류를 꿈꾸는 삼류 건달과 최고의 삶을 꿈꾸는 매춘녀가 보이지 않은 힘(형님, 오빠)에 의해 이용만 당하고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는 이 작품은 지난해 대구소극장축제에 대구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초청받아 대학로에서 공연했다. "대구 작품을 서울 대학로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이제 큰 의미가 없어요. 서울 공연이 지역에 자연스레 드나들듯이 대구 공연도 서울 무대에 어떻게 올리는가가 문제죠."

서울 대학로를 다녀온 김 실장은 지역 연극계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대학로의 가장 큰 무기는 연극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들이 몰리고 그런 층에서 연극을 이끌고 있는데 반해 지역 연극계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 "대구 연극계를 이끄는 40대 연기자들은 어디 내놓아도 실력을 인정받지만 그들이 떠나고 있어요. 앞으로 제도적인 지원이 없으면 서울과의 지역 편차는 더 벌어지고 지역 연극계는 더 힘들어질 거예요."

김 실장은 연극에서 출발했다고 무조건 한우물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예술을 한다면 무조건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데 자신이 열심히 하면 오페라든, 뮤지컬이든, 무용이든 길은 다양해요. 이제는 어떤 공연을 하든 종합예술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과거에는 대구가 보수적이라 장르의 벽에 갇혀 있었지만 최근에는 장르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연극인 중에서도 성공한 오페라 연출가가 나와야 할 시점이라는 것.

"현장예술 관련해서는 기회만 된다면 앞으로도 작품에 많이 참여하고 싶어요. 한편으로는 문화행정가로 예술인을 지원하는 그림자 역할을 할 겁니다. 또 달성군에는 노인층이 많은 만큼 악극 같은 장르를 무대에 많이 올려 호응도를 높이고 싶어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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