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한 운전전문학원에서 강사 겸 검정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승환(63) 씨는 요즘 면허시험 차량에 오를 때마다 머리카락이 주뼛주뼛 선다.
그는 "최근 시험 차량의 사고 발생률이 큰 폭으로 늘었다. 사이드 미러가 부러지거나 다른 차량과 부딪치는 게 다반사"라며 "지금은 보조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는 것도 모자라 수강생들의 핸들까지 잡고 조작을 도울 정도다. 이들이 도로에 쏟아져 나올 걸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 씨는 올해 6월부터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자동차운전면허 시험도중 사고 위험이 덩달아 높아졌다고 했다. 예전에 비해 교육 내용이 쉬워지고 운전면허증을 따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폭 준 탓에 자격 미달 운전면허 취득자들이 대거 거리에 쏟아지고 있다는 것. 대구운전면허시험장이나 운전전문학원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아찔한 순간을 경험한다고 했다.
운전면허 간소화가 실시된 올해 6월 이후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는 이전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5월 이전만 해도 취득자가 3천~4천여 명이었지만 간소화 이후 7천~1만여 명으로 대폭 늘었다.
20년 경력의 도로주행시험 강사 정희철(56) 씨는 얼마 전 강습을 받던 한 수강생이 교차로 한가운데서 신호등이 노란불로 바뀌자 멈춰버려 진땀을 흘렸다. 수강생이 후진을 해본 적이 없어 차를 그대로 세워둘 수밖에 없었다. 정 씨는 "얼마전에는 유턴을 위해 접근하던 수강생이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다던 게 가속 페달을 조작해 큰 사고가 날 뻔했다"며 "간소화 이전에는 없던 실수들이 많이 늘었다. 수강생들이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전혀 없다"고 불평했다.
수강생들조차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고도 핸들잡기가 두렵다고 입을 모은다. 8월부터 대구 달성군 한 운전전문학원에서 수강중인 대학생 박희영(22'여) 씨는 "기능시험은 한 번만에 붙었지만 도로주행 시험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차선 변경, 기어 변속 등 해본 적 없는 조작을 도로에서 하려니 두렵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4번의 도로주행 시험 끝에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은 최모(45'여) 씨는 면허증을 따느라 60여만원이 들었다. 한 번 떨어질 때마다 추가교육 시간과 검정 수수료를 합쳐 약 7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번 불합격돼다 보니 간소화 시행 전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 면에서 차이가 없다"며 "운전면허 간소화 법 시행 취지가 운전면허 취득 시간과 경비 절감이라고 알고 있는데 다른 사람 경우를 봐도 경비가 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변경된 교육 과정과 시간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지 못하자 학원에서는 편법교육도 등장하고 있다. 도로주행 교육 시간 중 일부를 장내에서 코스 숙달 시간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 현행 기능교육 과정에는 오르막길을 오르거나 후진할 수 있는 과정이 포함돼 있지 않다. 대구 달서구 한 운전전문학원 관계자는 "기능 시험이 너무 간단해져 시험을 통과한 수강생들의 핸들조작 능력이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도로주행중 사고를 막기 위해 도로주행 교육 시간 중 2시간을 빼내 S자, T자 등의 코스를 가르치는 데 쓴다"고 실토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올해 대구지역 운전면허시험 합격자 현황
월-인원(명)
1-7,918
2-4,596
3-4,064
4-3,227
5-3,197
6-4,081
7-9,669
8-12,988
9-9,423
10-9,027
총-68,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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