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귀는 귀가 참 밝다/하청호 글/성영런 그림/푸른책들/64쪽/8천500원
눈여겨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물건, 풍습, 말이 있다. 시인은 으아리 꽃, 바랭이, 뻐꾹채 꽃, 섬돌, 에움길, 산돌림처럼 낯설고 생소한 것에서부터 바늘, 돌멩이, 자물통 같이 익숙한 것까지, 우리 조상들의 삶과 지혜, 자연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우리말과 사물들을 38편의 동시로 빚었다. 사라져 가는 우리말의 맛과 멋을 동심으로 되살려냈다.
'어처구니' 어머니가 콩국수를 하려고 물에 불린 콩을 맷돌에 갈려고 하니 손잡이인 어처구니가 없었다./ 할머니가 이 모습을 보더니 맷돌에 어처구니가 없다니 참 어처구니가 없구나/ 어머니도 어처구니가 없는 맷돌을 보다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시를 읽으면'어처구니'가 무엇인가 어떻게 쓰이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다 알 것 같다.
▨해바라기 마을의 거대 바위/김종렬 글/홍지혜 그림/창비/44쪽/9천원
아동문학 작품으로는 드물게 호러, 미스터리, 판타지 등의 장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작가의 단편동화를 모은 작품집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절박한 문제, 즉 성적, 학원, 돈, 부모의 간섭 등을 아이의 시선과 심리를 통해 일곱 편의 동화를 그려 내고 있다.
6학년 1학기 읽기교과서에도 실린 '해바라기 마을의 거대 바위'는 어느 날 갑자기 학교 운동장에 나타난 바윗돌에 대한 이야기다. 이 거대한 바윗돌은 스스로 굴러가는 것도 모자라 점점 커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설정이 다소 황당하게 여겨질 법도 하건만 작가는 시침 딱 떼고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밀어붙임으로써 독자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이 밖에도 소원을 들어주는 도깨비 상자 '아빠가 가져온 나무 상자', 가면을 쓰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도시 '모두 다, 웃는 가면', 도시 한복판에 갑자기 나타난 모래 계단 '모래 계단'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멋진 녀석들/에릭 월터스 글/나오미양 그림/정미영 옮김/우리교육/152쪽/9천원
학교에서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발표가 나면서 이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대립한다. 아동을 착취하는 기업에서 만들어진 교복을 입게 된 학생들은 학교 측의 결정에 반대하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을 풀어낸 장편동화이다.
주인공 이안은 무엇이든 골치 아픈 문제에는 발을 들여 놓고 싶지 않지만, 사회 교과 담당이자 교장인 로버츠 선생님을 비롯해 교복 착용을 찬성하는 학교 측 입장과 거기에 반대하는 친한 친구 줄리아 사이에서 갈등한다. 하지만 로버츠 선생님이 보여 준 노동착취현장의 슬라이드 속 공장에서 자신들의 교복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교복 반대 운동에 앞장선다.
옳지 않은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그에 따른 책임을 감당하여야 한다. 책 속 주인공들은 희생과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용기를 내고 많은 방송국과 신문사 기자들이 모인 강당으로 교복을 벗고 씩씩하게 들어선다. 로버츠 선생님의 미소 어린 응원을 받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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