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을 울긋불긋 물들인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단풍은 낙엽이 지기 전 나뭇잎에 숨어있는 색소 성분 때문에 나타난다. 나뭇잎은 '춥고 배고픈 겨울'에 나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소중한 물질을 분해해서 줄기로 이동시키고 낙엽, 고엽이 되는 과정에서 엽록체의 초록색 때문에 보이지 않던 색소들이 드러나 아름다운 단풍이 지게 된다. 나뭇잎들은 그 자신의 생애 마지막 시간을 앞두고 자신의 온갖 진액을 짜내 단풍이라는 멋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고는 사라져가는 것이다.
엊그제 우연히 교직에 계시다가 정년퇴직하신 어르신이 쓰신 '90을 낼모레 앞두고'라는 글을 접했다. 그 글을 읽으면서 90세가 되는 것이 슬픈 일로 느껴져서 내가 노후에 대해 너무 낭만적이고 안이하게 접근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회의가 들었다. 그 글 속에 건강과 관련한 어려움으로 "밤새 대여섯 번 화장실을 들락거리다가 잠에게 쫓겨나서 아침에 일어나게 되고"라는 표현이 나온다. 평소에 나도 불면증을 갖고 있기에 "잠에게 쫓겨나서"라는 표현이 너무 와 닿았다.
현재 90세를 앞두고 있는 노인들은 본인들이 90세 이상까지 살 거라는 생각을 못한 채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맞이하게 되어 제대로 된 노후생활을 누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는 평균수명이 70세 정도였는데 불과 20년 만에 90인생으로 늘어났으니, 지금 50대야 준비할 시간이 있지만 20년 전에 70세였던 분들은 "이제 죽어도 될 나이구나" 하면서 준비할 필요성도 못 느끼면서 보낸 경우가 많을 것 같다.
어느 책에서 보았던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노년기를 위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임을 인지하면서 좀 더 적극적인 노후준비를 권하고 싶다. 건강을 위해 쉽게 할 수 있는 운동과 식사요법, 그리고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약 처방까지를 포함해서 내 몸부터 챙기고 나면, 그 다음에는 자기 수준에 맞는 적극적인 사회생활거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마음이 있으면 길이 보인다고 주위를 둘러보면 여러 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종교단체를 비롯해서 사회복지센터까지 자기 상황에 맞는 소일거리를 찾아서 지금부터라도 인생에 활기를 찾아야 한다. 단풍잎을 보면 정말 하나같이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있다. 인생의 마무리를 위해 우리 안에 남아 있는 모든 진액을 꽃피워 나만의 아름다운 단풍 만들기를 희망해 본다. 어떤 낙엽이 될 건지는 그때 생각하고,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관심은 어떤 단풍을 만들까에 두면 어떨까?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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