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만여 명의 강원도 태백시에서 허위 입원 등의 수법으로 150억 원의 보험금을 가로챈 역대 최대 규모의 보험 사기 사건이 적발됐다. 의사, 보험설계사와 가짜 환자 등 사기극을 벌이다 적발된 사람은 410명이다. 인구 5만 명의 0.1%가 연루된 셈이다. 같은 혐의로 경찰이 조사를 확대키로 한 사람도 300여 명에 이른다. 경찰은 '태백에서 보험금을 못 타면 바보'라는 말이 있어 수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허술한 관리망을 악용, 공공의 재산을 훔친 것이다.
보험 사기극에 가담한 의사들은 경영 악화를 벗어나기 위해 입원 당일에만 진료받고 집에서 생활하는 이른바 차트 환자와 아픈 곳도 없이 장기간 병원에 체류하는 '나이롱 환자'들을 유치해 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등 명목으로 17억여 원을 받아 챙겼다. 또 보험설계사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통원 치료가 가능한 단순 환자들에게 허위 입원 등의 수법을 알려 주고 장기 입원 환자로 둔갑시켰다. 이들은 허위 입원 등으로 보험금을 가로채는 방법을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알려주고 고객으로 유치하기도 했다.
보험 사기극을 벌인 주민들은 보험금을 생활비로 사용했으며 도박 빚 변제를 위해 보험 상품에 가입한 이도 있었다. 학자금 마련을 위해 7차례나 가짜 환자를 하며 4천500만 원의 보험금을 챙긴 대학생도 있었다. 강원도 중소도시의 한 마을에서 근 300명이 가짜 환자 행세를 하면서 '눈먼 돈'을 가로챈 것이다.
보험금 가로채기는 자동차 보험에서도 공공연하다. 차량에 전혀 진동이 없는 단순 접촉 사고를 당하더라도 진단서를 발부받아 병원에 드러누우면 치료비 요양비 등으로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누가 봐도 억지지만 가짜 환자들에게 시달리기 싫은 운전자나 보험사 직원들이 이들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고 만다고 한다. 보험금을 훔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는 의사나 보험회사 직원들의 철저하지 못한 직업의식도 한몫을 한다.
보험은 어려울 때를 대비한 사회보장제도다. 당연히 보험금은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야 하는 돈이다. 엉터리 환자나 니이롱 가짜 환자들이 보험금을 가로채면 결국 피해는 운전자나 국민 전체에게 돌아간다.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보험 사기극은 사회보장제도를 무너뜨리는 공공의 적이다. 공공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야 한다. 안이함과 무관심이 사회를 멍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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