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하자니 금융시장 불안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부터 헤지펀드 인가를 위한 서류 접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토 기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12월에는 제1호 한국형 헤지펀드가 선보일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오는 9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 중인 공매도(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미리 파는 투자기법) 금지 조치를 연장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공매도를 허용하면 금융시장이 불안에 휩싸일 우려가 있고 금지 조치를 연장하면 헤지펀드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폭락하자 8월 10일부터 3개월간 차입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약세장에서 공매도가 늘면 투자자 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변동성을 키운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 공매도를 금지한 지난 3개월 동안 외국인 주식 매도가 줄어들고 코스피가 반등하는 등 시장 안정 효과가 뚜렷했다.
문제는 공매도 금지 연장이 시장 안정에는 기여하지만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과정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헤지펀드는 주로 차입과 공매도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변수는 여전히 불안하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난이 불거져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면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는 게 공매도 연장의 이유다. 금융위의 판단도 엄살은 아니다. 코스피는 지난달 줄곧 상승세를 탔지만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20일에는 하루 만에 2.74%(50.83포인트) 떨어지는 등 강한 변동성을 보였다. 유럽 국가들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다시 연장한 것도 금융위가 망설이는 이유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8월 12일~9월 30일로 정했던 1차 공매도 금지기한을 연장해 이탈리아는 이달 11일까지, 프랑스는 시장 상황이 허용될 때까지 기한을 각각 늘린 바 있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는 공매도 금지 연장에 부정적이다. 헤지펀드는 주로 차입과 공매도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관리하는데 공매도를 계속 금지하면 헤지펀드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헤지펀드 준비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매도가 금지되면 헤지펀드의 대표 상품인 저평가된 주식은 매수하고 고평가된 주식은 공매도해서 차익을 얻는 '롱숏펀드'를 사실상 운용할 수 없게 된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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