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랜만에 서울 명동 거리를 걸을 기회가 있었다. 지인과의 약속 장소까지 걸어가느라 시내 한복판을 지나치는데 귓가를 어지럽히는 낯선 소리들이 들렸다. 중국 사람들이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여기도 중국 사람, 저 앞쪽에서 걸어오는 젊은 남녀도 중국 사람, 어쩐 일인지 주변이 온통 중국 관광객들 천지다.
환한 미소와 형형색색 물건으로 이들을 유혹하는 화장품 매장 직원들까지 유창한 중국어로 '환잉꽝린'(歡迎光臨'어서오세요)을 외쳐대곤 하니 순간 여기가 베이징이나 상하이 시내쯤 되는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불과 1, 2년 전만 해도 이 거리는 한류를 만끽하려는 일본 관광객들로 넘쳐났었는데, 어느새 중국 관광객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 모습이 흥미롭고도 신기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 기념일인 10월 1일을 시작으로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1∼7일)이 되면서 대한민국이 '중국 특수'를 누렸다. 1년에 2번 있는 1주일간의 황금연휴를 맞아 중국 관광객 7만 명이 한국으로 몰려왔다. 이런 상황은 비단 연휴기간에만 그치지 않는다. 9월까지 이미 166만 명이 다녀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나 많다. 이런 분위기라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33만 명 많은 220만 명의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고, 줄곧 1위 자리를 차지해 온 일본 관광객(지난해 302만 명)을 앞지를 날도 멀지 않다.
더구나 씀씀이도 크다. 중국의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고가 화장품과 명품 구입에 주저하지 않는다. 서울을 찾은 중국 관광객 한 사람이 2천195달러나 쓴다는 통계를 보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본 관광객보다 500달러나 많다. 이번 연휴에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7만 명으로, 벌어들인 외화는 1천500억원이나 되는 셈이다.
특히 루이뷔통'샤넬 등 서구 명품에만 눈을 밝혔던 중국 관광객들이 이젠 질 좋은 화장품과 의류 등 한국산 명품으로 눈을 돌리면서 단순한 '관광객'을 넘어 국내 유통업계의 판도를 뒤흔드는 '파워 쇼핑객'이 되고 있다. 고사 위기에 몰렸던 국내 한 패션 브랜드가 중국인 관광객 때문에 되살아난 사례도 있다고 하니 가히 '바이 코리아(Buy Korea)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나 유통업계 모두 중국 '큰손' 모시기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중국 국경절 기간 중국인 관광객 급증에 대비한 TF 대책회의까지 개최했고,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직접 중국 관광객 일일 가이드로 나서기도 했으며, 호텔이나 유통업계는 중국 관광객을 위한 특별서비스 경쟁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문제는 만족도다. 한국에 대한 중국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87점. 유럽 일본은 그만두고라도 동남아(3.96점)보다 낮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3분의 1만이 만족을 표시했다고 한다. 관광만큼 입소문이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분야도 없다. 중국은 해마다 5천만 명이 해외를 다녀오고 있고 2020년에는 1억3천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광산업 분야 세계 최대의 시장이다. 중국인들의 '바이 코리아 열풍'이 반짝 특수가 아닌 관광 한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들의 만족도를 높일 맞춤형 관광서비스 개발과 다양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구미 탑정형외과연합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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