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사리는 경륜보다 몸던지는 젊음

입력 2011-11-03 10:41:23

TK정치 발전 대안은

대구는 지난 10여 년 동안 위천공단, 고속철도 지하화, 신공항 등 지역의 사활을 건 이슈가 있을 때마다 번번이 지역의 이익을 대변해 줄 '능력 있는' 정치인의 부재를 실감했다. 그럴 만한 위치에 있었던 힘센 인물들은 몇몇 있었으나 결정적으로 그들의 안중에는 지역이 없었다.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지역의 어려움을 몸소 느끼는 정치인들을 지역 스스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제대로 된 야당이 필요하다

정치인은 물론 지역의 리더들을 선택하는 기준을 확 바꿔야 한다. 서울에 살고 서울 중심주의로 사고하는 '짝퉁 TK 인사들'은 배척하고 지역의 아픔을 함께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몸을 던질 수 있는 진정한 지역의 인사들을 리더로 선택해야 한다. 야당의 역할도 중요하다. 신망받는 인물, 전문가 그룹의 인사들이 야당의 이름을 걸고 나설 때 한나라당 일당 독점과 지역 현실을 외면하는 지역 정치권의 지형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선거 때마다 대구경북에서는 야당의 한계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역 야권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당선은 고사하고, 사실상 전 선거구에서 후보자조차 내지 못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민주당 등 야권이 지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물들을 꾸려 출전시켜야 하는 이유다. 지역 민주당 인사는 "20년째 지역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선거에 나서는 인재가 몰리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세대교체 포기, 희망이 없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대구경북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정치신인들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해서는 정치 신인들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하지만 기성 정치인들의 장벽에서 싹을 틔우지 못하고 있다. 꾸준한 세대교체가 필요한데도 정체돼 있는 셈이다.

실제 대구경북 국회의원 27명 중 30, 40대는 전무하다.(표 참조) 가장 젊은 의원이 1960년생인 주호영 의원(수성을), 주성영 의원(동갑), 1959년생인 조원진 의원(달서병) 정도다. 경북은 김성조 의원(구미갑)이 58년생으로 가장 나이가 적다. 반면 60대 이상이 절반을 넘는 15명(53.6%)이고, 70대 의원들도 많다. 이에 비해 서울은 44명의 국회의원 중 30, 40대가 15명(34.1%)이다. 이 가운데 김동성(성동을'한나라), 홍정욱(노원병'한나라) 의원은 각각 71년생, 70년생이다. 이웃한 부산도 30, 40대가 18명 중 4명(22.2%)이다.

앞으로도 지역 정치권의 경쟁력이 타 지역에 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로 지도층으로 하여금 기득권에 쉽게 집착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대구경북의 역동성과 개방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는 "미래를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필요하고 세대교체는 반드시 생물학적이어야 한다"며 "국회의원은 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가와 지역을 경영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젊은 '대구경북'이 희망

선거는 침체된 대구경북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카드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대구경북은 다른 지역과 달리 선거의 덕을 거의 보지 못했다. 지역을 진정으로 대표할 만한 대표선수도 부족했지만 젊은 층의 무관심도 한몫했다. 이제 젊은 층에서도 대구경북이 내년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앞날이 좌우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접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행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으로 선거 양상이 바뀌고 있다. 선거에 무관심했던 대구경북 2040세대가 결집해 투표장으로 향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실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신종 매체와 SNS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2040세대가 SNS 공간에서 결집한 뒤 투표를 통해 정치에 참여, 결국 선거 결과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C&A 김종원 대표는 "SNS의 등장으로 대한민국 정치 지형도가 새롭게 짜이고 있고 대구경북도 예외가 아니다"며 "총선과 대선에서 변화와 혁신, 그리고 지역에 대한 헌신 없이는 대구경북 젊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창희기자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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