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경쟁 없는 TK행정, 정체수렁

입력 2011-11-02 10:35:17

한나라 일색 의회, 집행부 정서적 밀착 긴장감 없어

한나라당 일당 독점이 대구경북 발전의 걸림돌을 넘어 퇴행을 가져오고 있다. 대구경북이 정치적으로 한나라당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면서 행정까지도 한나라당의 틀을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지역 정치권과 단체장들이 한나라당 공천에 목을 매면서 정치와 행정은 한나라당이라는 거대한 틀 속에 씨줄과 날줄로 얽히고설킨 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일당 독점으로 지역발전 퇴보

한나라당 일당 독점에 따른 폐해는 단체장의 무능과 비리로 그 폐해가 표출되고 있다. 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굳어져 능력과 추진력, 비전 등을 갖춘 경쟁력 있는 인물이 나서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색깔과 구미에 맞는 인물이 단체장이 되면서 정당의 눈치를 살필뿐 공직사회 혁신과 경쟁력 있는 정책 발굴에는 소홀하다.

당정협의도 한통속인 '끼리끼리' 하다보니 경쟁력 있는 정책 발굴과 예산확보작업을 위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9월 중순 대구시청에서 열린 대구시와 한나라당 대구시당 간 당정협의는 내년도 예산안 확보를 위해 대구시 간부들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였다.

대구시는 첨단의료복합단지 분양가 지원 예산, 광역전철망 건설, 국립대구과학관 시설'운영비 등의 국비 지원을 건의했고 지역 국회의원들은 "최선을 다해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과 함께 자신들의 지역구 민원을 돌아가면서 밝히는 것으로 끝이었다. 대구의 미래와 향후 먹거리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찾기 어려웠다. 기초단체장은 아예 참석조차 못했다. 대구의 한 기초단체장은 "당정협의를 통해 대구의 고민과 아픔을 터놓고 얘기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국비 예산 몇 푼 확보를 위해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치와 행정이 한통속이니까 행정에 긴장감이 없고, 주민 서비스도 외면한다. 또 행정 스스로 혁신 능력이 없으니까 무사안일로 흐른다"고 지적했다.

전종민 서울시의원은 "대구는 공무원과 시의원이 정서적으로 밀착돼 있어 건강한 긴장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대구경북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책 능력을 가진 시'도의원이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 달라도 건전한 경쟁과 견제 가능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9월 24일 경남 창원을 방문, 김두관 경남도지사를 만났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야권 통합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좋은 모델이 경남"이라며 "협력과 배움을 얻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시장과 김 지사는 닮은꼴 행보를 걷고 있다. 둘 다 무소속으로 출마, 범야권 통합 후보라는 과정을 거쳐 해당지역의 첫 무소속 광역단체장이 됐다. 또 다양한 야권 인사들이 참여하는 공동 지방정부 실험과 정책자문기구 운영도 비슷하다. 김 지사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선 직후 민주노동당 인사를 정무부지사로 기용했다가 최근에는 민주당 인사로 교체했다. 대중과 호흡을 같이 하는 시민정치를 내세우는 점도 같다.

영남지역의 유일한 야권 광역단체장인 김 지사도 그동안 소외됐던 진보세력 및 시민사회단체가 도정(道政)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사업과 지역별 특성을 잘 살린 사업을 지원하는 '모자이크 프로젝트'는 차별화된 지방행정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집행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도 지방자치 발전에 뒷받침이 되고 있다. 경남도의회 경우 전체 의원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이 60%를 넘지만 민주당 등 야권도 다수 포진돼 있다. 의회 내에 긴장 관계가 형성돼 있고, 치열한 정책 경쟁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야권 출신이 거의 없다시피 한 대구경북권 의회와 확연히 다른 점이다.

반세기 만에 첫 야권 지방정부를 맞은 공무원들의 자체 평가도 대체로 좋았다. 경남발전연구원이 지난 6월 경남도 공무원 4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변화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민선 5기 시작 이후 ▷공직생활의 자세 ▷제도나 운영 상황 ▷행정서비스가 모두 개선됐다고 대답했다. 특히 청렴성에 대해서는 77.3%가 나아졌다고 응답했고, 친절봉사성이 개선됐다는 의견도 74.6%에 이르렀다.

안희정 도지사가 이끄는 충남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당초 민주당 소속으로서 도의회 다수당인 선진당과 불협화음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대화와 타협을 통해 초'중학교 무상급식 시행과 같은 난제를 해결했다. 논란은 있지만 선진국형 주민참여 방식인 '도민 정상회의'와 행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도민 감사관제' 등 새로운 도민 참여 행정시스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충남도가 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역민들의 기대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1년간 도지사 업무평가에서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이 68.3%에 이른 가운데 신뢰도와 의견수렴도 항목에서도 각각 77.9%와 68.3%의 지지를 얻었다. 안 지사는 지난 6월 매일신문 정치아카데미에서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지역적 연고만 갖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좋은 정책과 소신을 갖고 있는 정치인을 키워줘야 지역주의라는 망국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도의 한 관계자는 "지방의회와 지방정부 간 적절한 긴장 관계가 서로의 업무 추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원칙대로 업무를 추진하자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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