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심부름' 대행업체 성업중…서류떼기,음식사오기 등

입력 2011-10-22 08:52:24

대구만 20여곳 영업 중…1인가구 증가로 요청 많아

잔심부름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박신묵 씨가 고객이 요청한 심부름을 대행한 후 물건을 갖다주기 위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고객의 집을 찾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잔심부름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박신묵 씨가 고객이 요청한 심부름을 대행한 후 물건을 갖다주기 위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고객의 집을 찾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담배 배달에서부터 관공서 서류 발급, 빨래 널기 등 이른바 '생활 심부름'을 대행하는 업체가 지역에서 성업 중이다. 이들 업체는 떼인 돈을 받아주고 개인정보를 캐내는 '심부름센터'와 성격을 달리하면서 바쁜 도시인들의 생활과 1인 가구 증가를 발판으로 호황을 맞고 있다.

◆ "잔심부름, 저희한테 맡기세요!"

"여기 중구 동인동인데요. 베스킨○○○에서 딸기맛 아이스크림 좀 사다 주세요." 한 고객이 10일 오후 박신묵(25) 씨의 휴대전화로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박 씨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으로 가까운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검색한 뒤 50㏄ 스쿠터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 박 씨는 생활심부름 업체인 '콜미'의 대표를 맡고 있다. 직원이자 사장인 그는 아이스크림은 물론이고 죽 배달, 관공서 서류 접수, 심지어 빨래 널어주는 일까지 대신 처리한다.

하루 평균 주문 건수는 15건 정도. 심부름 가격은 기본료 4천원에 배달 거리와 상황에 따라 추가 요금이 붙는다. 생활 심부름 업체가 배달만 하는 퀵서비스와 다른 점은 제품 구매부터 배달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 씨는 "얼마 전 부산에 사는 여자 고객이 '대구에 있는 남자친구한테 줄 파스를 약국에서 사서 전해달라'는 주문을 해왔다"며 "거리가 멀고 귀찮거나 바빠서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이 사업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지역에도 생활 심부름 업체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구에만 20여 업체가 성업 중이다.

2년째 대구 수성구에서 영업하고 있는 D업체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주요 고객이다. 늦은 밤 혼자 돌아다니기 무서운 여성들이 햄버거나 커피가 필요할 때 이 업체를 이용한다는 것. 이곳 관계자는 "햄버거나 커피는 가게에서 배달이 안돼 밤에 혼자 밖에 나가기 무섭거나 귀찮아하는 분들이 주요 고객"이라며 "유치원 입학 때 선착순 등록을 할 때 직장 때문에 못 가는 고객을 위해 대신 줄을 서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바쁜 도시인, 1인 가구 증가 덕

생활 심부름센터의 첫 번째 고객은 '바쁜' 직장인들이다. 낮시간 일에 매달려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직장인들은 생활 심부름센터 덕을 가장 많이 본다. 아픈 고객들에게는 죽이나 약 배달을 하고, 혼자 집에 남겨진 애완견 봐주기 서비스도 해준다.

직장인 김민정(30'여) 씨는 "점심시간에 병원에 갔다가 처방전만 받고 약국에 다녀오지 못했을 때 생활 심부름 업체를 이용한다"며 "늦게 퇴근하면 약국이 문을 닫아 난감한 적이 많았는데 이런 업체들이 생활의 불편함을 덜어주고 있다"고 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것도 생활 심부름 업체가 성업하는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시 1인 가구는 2000년 10만7천913가구에서 2005년 14만8천331가구로 37.4% 증가했으며, 2010년에는 19만2천472가구를 기록해 10년 전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한 생활 심부름 업체 관계자는 "업체 홍보를 할 때도 아파트뿐 아니라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원룸을 돌며 전단지를 집중적으로 뿌린다"며 "혼자 살면서 아픈 것만큼 서러운 일이 없는데 그래서인지 약 심부름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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