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문화로 재무장, 지능·첨단범죄 '꼼짝마'

입력 2011-10-21 10:14:26

대구경찰청, IT·심리상담 등 전문가 18명 활동

'경찰도 전문화 시대' 통역, IT분야 등에 전문요원으로 특채된 대구지방경찰청 박영활, 박동혜, 김성철 경장(외쪽부터)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경찰 조직에 '전문가 시대'가 열리고 있다.

21일 제66주년 경찰의 날을 맞은 경찰은 외국어와 네트워크 보안, 과학수사, 심리상담 등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일반 경찰을 대체하며 갈수록 지능화, 전문화되는 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경찰청과 산하 9개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문요원은 모두 18명이다. 과학수사 2명, 외사경찰 5명, 사이버범죄 전문수사요원 11명 등이다. 사이버범죄 분야는 전문가 특채가 시작된지 10년이 지났지만 다른 분야는 근래에 들어서 특채가 시작됐다.

2007년 경찰에 들어온 대구경찰청 외사계 박동혜(32) 경장은 베트남어 전문가다. 부산외국어대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했고, 베트남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그는 베트남에서 5년을 살았다. "베트남에 살면서 교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친구들은 지금껏 공부한 게 아쉽다고 했지만 저는 경찰 주재관으로 교민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어요,"

박동혜 경장은 결혼이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 베트남 교민회, 다문화지원센터 등을 상대로 지역의 외국인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

대구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박영활(36) 경장은 해킹,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분석에 일가견이 있다. 그는 계명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서 6년여간 일했다. "모바일 업체에 일하면서도 보안과 네트워크와 해킹,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사이버수사대가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는 잠복근무나 범인 검거까지 모두 해내고 있습니다."

청문감사관실 범죄피해자심리전문요원으로 일하는 김성철(34) 경장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2급 자격증을 소지한 심리상담전문가다. 범죄 피해자들의 정신적 외상을 보듬고,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돕는 게 그의 일이다.

김 경장은 "병원 수련 당시 대구지하철참사 부상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는 모습을 보며 가장 가깝게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경찰에 지원했다"고 했다. 범죄 피해자가 입는 정신적 외상은 빨리 치료해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빠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기 때문.

전문가 경찰의 활동도 눈부시다. 박동혜 경장은 자신의 업무 외에도 정신장애를 겪는 남편과 폭력적인 시부모 밑에서 고통받던 베트남 결혼이민여성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박영활 경장은 유령처럼 떠돌던 고교생 해커 2명을 붙잡았다.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서버를 이용해 추격을 피하며 760만 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태국 정부 홈페이지를 해킹했던 고교생들이 남긴 흔적은 국내 서버로 넘어오는 단 한 줄의 명령어였다. 박 경장은 이를 분석해 고교생들의 신원을 파악했고, 잠복 끝에 검거에 성공했다.

이들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범죄도 더 치밀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영활 경장은 "예전에는 PC방이 주된 범죄 루트로 이용됐지만 최근 들어 흔적이 남지 않는 스마트폰과 와이파이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관련 기술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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