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초연된 지 60년이 넘은 고전이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에도 투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출을 맡은 대구시립극단 이국희 예술감독은 "경제불황이 계속되는 시대적 상황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무엇인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며 "세일즈맨의 애환과 대화 없는 가족과의 관계 등 작품 속 아버지와 가족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고 말했다.
현대 희곡의 거장 아서 밀러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1949년 미국에서 초연한 이래 20세기 최고의 드라마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고도로 발달한 산업사회의 물질만능주의와 세속적 성공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결국 희생물이 되고 마는 한 평범한 아버지의 삶을 통해 자본주의 속 현대인의 비극적 자화상을 고발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이 194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
이 작품을 10월 말부터 대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대구시립극단이 26일부터 12월 9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정기공연하는 것. 성인이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 작품을 지역 극단에서 공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감독은 "철저한 사실주의인데다 대중성이 부족해 지금까지 지역에서 작품을 제작하기도, 연기하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대구 최고의 연극인들이 모인 대구시립극단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1개월 이상의 장기 공연을 통해 시립극단의 레퍼토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원로배우 전무송 씨의 원숙한 연기도 볼 수 있다. 전 씨는 대구시립극단 김은환 수석단원과 더블캐스팅으로 주인공 윌리 로먼 역을 맡았다. 전 씨는 지난 1983년 '세일즈맨의 죽음'에 첫 출연한 이후 이번이 네 번째로, '세일즈맨의 죽음'은 그의 대표작으로 불린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두 아들 비프와 해피가 아버지인 윌리의 집으로 돌아오며 막을 연다. 비프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기대를 받고 자라왔지만 언젠가부터 무능력해지고 불확실한 삶을 산다. 이로부터 부자간의 갈등은 시작된다. 윌리는 한때 잘나가던 세일즈맨이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늙은이가 된다. 하지만 과거의 부유했던 시절과 부풀려진 공상에 빠져 과거와 현실을 구분 못 하는 정신병을 앓는다.
비프는 자신이 아는 지인에게 돈을 빌려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윌리는 이러한 사실에 자신감을 얻어 자신의 회사 사장에게 본사로의 발령을 부탁하지만 오히려 해고되고 비프 또한 돈을 빌리는 데 실패한다. 이러한 현실은 윌리의 정신병을 더욱더 심하게 한다. 결국 윌리는 자신이 자살해 보험금을 타면 이러한 현실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자동차 사고를 위장한 자살을 택한다. 수~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5시 공연. 공연 시작 전 이미 4회가 매진되는 등 반응이 좋은 만큼 문의는 필수다. 053)606-6323.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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