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 불감증이 낳은 구미 어린이집 화재

입력 2011-10-20 11:01:47

17일 발생한 구미 구평동 어린이집 화재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에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 200명이 넘는 원생과 교사가 매일 장시간 생활하는 집단 시설임에도 안전 관리가 이렇게 허술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수많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다중 수용 시설이 행여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이번 사고를 지켜본 많은 사람은 지난 1999년 큰 인명 피해를 낸 화성 씨랜드청소년수련원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화재로 유치원생 등 23명이 사망하면서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당시 부실한 건축과 제대로 작동도 하지 않은 소화 장비 등이 피해를 키웠다는 점에서 집단 시설의 안전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씨랜드 화재 이후 어린이집 등에 대한 소방 안전과 시설 점검이 대폭 강화됐다지만 구미 사례에서 보듯 여전히 허점투성이다.

이번 화재에서 최초 발화 지점으로 보이는 보일러실은 누가 봐도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건물 밖에 있다는 이유로 소방 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당국의 관리 감독이 이처럼 허술하니 불이 쉽게 번지고 유독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샌드위치 패널로 보일러실 외벽을 대충 마감하는 등 운영자들의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화재를 미연에 막으려면 필요 없는 부분도 찾아서 이중삼중 점검하고 관리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도 소방당국이 규정 타령이나 하면서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방치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당국은 이번 사고를 거울삼아 어린이집 등 다중 수용 시설에 대한 소방 규정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화재 등 안전사고에 대비한 비상 대피 훈련도 더욱 강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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