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종차별금지법 제정해야 떳떳해진다

입력 2011-10-19 11:11:33

최근 목욕탕 출입을 금지당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여성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인종 차별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여성은 지난달 25일 부산의 한 목욕탕에 갔다가 "외국인이라 에이즈에 걸렸을 수도 있다"는 다른 고객들의 반대로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이 여성이 겪은 피해 사실이 알려지자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 산 지 10년 가까이 되는 이 여성은 과거에도 식당 출입을 거부당하는 등 차별을 겪었고 자신의 아이도 차별에 시달릴 것을 우려해 행동에 나섰다고 한다. 이 여성뿐만 아니라 많은 이주민과 외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차별을 겪고 있다. 2009년에는 인도 출신 교수가 버스에 탔다가 다른 승객으로부터 "더럽고 냄새 난다"는 모욕을 당한 일도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1년 11월부터 올 5월까지 피부색 등의 이유로 차별을 당했다며 진정서를 접수한 건수만 230건이다.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차별 피해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로 인해 2009년 이후 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 인종차별금지법이나 차별금지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동성애 차별 등도 금지해야 하느냐는 일부의 반대에 밀려 무산됐다.

현재 국내 거주 이주민 수는 130여만 명, 다문화가정 자녀 수는 14만 명이며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 배려하는 한편으로 일상적 차별이 벌어지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두 얼굴이다. 열린 사회를 지향하고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인종적 편견을 덜어내고 관용을 베푸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종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해 보편적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떳떳한 사회가 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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