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지갑으로 돈잔치…도 넘은 금융권 '탐욕'

입력 2011-10-19 10:25:42

금융업계 순이익의 상당액이 서민들의 거래 수수료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서민과 소상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금융업계가 임기응변에 가까운 대처로 일관하면서 반발도 커지고 있다.

카드사를 상대로 음식점, 주유소가 수수료 인하 집단 행동에 들어간데 이어 유흥업계마저 수수료 인하 요구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금융업계의 수수료 인하를 언급하면서 금융업계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뒤다. 관계기사 3면

◆금융업계의 순이익

금융업계에 대한 반발은 부도덕성 때문이다. 부도위기에서는 공적자금으로 살아나고, 경기 회복기에는 서민들의 지갑으로 돈잔치를 벌인다는 것이다. 금융권에 대한 세계적 반발도 이 때문이다.

공적자금으로 기사회생한 은행들은 올 들어 상당한 순이익을 남기고 있다. 국내은행들은 올 상반기에만 2조2천567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입출금, 계좌이체, 외환업무 등 100가지가 넘는 거래에 수수료를 매기고 있어서다. 우리은행이 가장 많은 195가지, 가장 적은 신한은행도 109가지 명목으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수수료는 은행의 짭짤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수수료 수익은 8천700억원. 당기순이익이 110억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앉아서 벌어들인' 돈이었다. 신한은행은 순이익 1조6천500억원의 47%를 수수료 수익으로 올렸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순이익에서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42%, 41%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자 금융당국도 은행에 대해서도 각종 수수료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중은행들은 이번주 안으로 수수료 체계 개선 계획을 제출해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도 뒤지지 않는다. 카드사들의 올 상반기 현금서비스 수수료 수익은 5천906억원. 현금서비스 이용이 하반기에 더 많이 몰리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현금서비스 수수료 수익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3년 카드대란 후 최대치다.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은 7~28%대. 금융소비자단체가 카드사를 고리대금과 다름없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유흥업계도 목소리 높여

이런 와중에 카드사가 중소가맹점 범위를 넓히고 수수료율을 낮추는 조치를 취했지만 유흥업과 귀금속업 등은 적용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유흥업계는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다음 달 20일쯤 대규모 시위를 통해 카드 수수료 인하를 강력히 촉구하기로 했다.

오호석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회장은 "유흥업 종사자는 강남 등 일부 지역을 빼면 모두 20∼30평 남짓한 술집에서 생계형으로 장사하는 사람들로 가뜩이나 불황으로 문을 닫게 생겼는데 우리만 이번 카드사의 조치에서 빠지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이용료와 봉사료를 별도로 떼어놓고 보면 실제로 카드수수료만 9%를 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유흥음식점업중앙회 소속 회원사는 2만5천개며 종사자는 60만명 정도다. 이번 공동 시위에는 학원,음식업,숙박업,부동산중개업 등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회원들도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카드사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유흥 및 사치업종은 카드깡 등 부적절한 처신이 많은데다 지금도 탈세의 온상으로 비치는 등 국민 정서상 맞지 않다는 이유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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