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車부품수출 1천만$ 흑자…농산물 등엔 타격 불가피"

입력 2011-10-14 10:30:00

국회 비준 이후 대구경북 경제 득실 따져보니

미국 상'하원이 12일(현지시간) 협정 서명 후 4년3개월 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절차를 모두 끝내면서 대구경북 경제계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한국 국회 통과에 성공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곧 발효되지만 업종간 수혜와 피해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수출 효과가 기대되는 자동차부품'섬유 등 산업계는 FTA를 반기는 반면 농업 및 유통업계는 국내 시장 잠식에 따른 생존권 위협을 우려하고 있다.

◆대구경북 '득과 실'

대구경북 산업계는 대미 수출 급증에 따라 한미 FTA가 대미 수출 전반에 걸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경북 대미 수출액은 84억달러로 전년 대비 40% 가까이 급증했고, 지난 1~8월 8개월간 수출액 역시 60억달러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이 발표한 '한미 FTA가 대구경북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로 대구경북지역은 자동차부품, 섬유 분야의 수혜가 클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부품과 섬유 분야의 평균 과세율은 각각 13.1%와 4%로 한미 FTA가 발효되면 수출 증대 효과가 바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보고서는 FTA 발효 이후 대구지역은 자동차와 섬유 부문에서 각각 연평균 625만달러, 574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북지역도 한미 FTA 발효로 자동차가 31만달러, 섬유가 23만달러 규모의 무역흑자가 예상됐다.

특히 한미 FTA가 발효되면 자동차 수출이 50%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대구경북 자동차 부품업계가 한미 FTA 발효에 적극 대비하는 분위기다.

반면 한미 FTA 발효 후 농산물 관세철폐 등으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대구경북 농민단체는 "농업과 농촌, 농민이 모두 붕괴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8일 서울에서 한미 FTA 저지집회를 열고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지역 중소 유통업계 역시 한미 FTA가 발효되면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입점을 제한한 법의 무력화로 골목상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의 '한미FTA와 중소상인 보호법 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한미FTA 발효로 대형마트와 SSM 입점을 규제하도록 한 사업조정제도가 폐지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제도가 사라질 경우 대형마트와 SSM 진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지고, 이미 사업조정이 완료된 곳까지 규제가 풀려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 18만3천378개의 중소상공인 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미 FTA 약될까, 독될까

이에 따라 한미 FTA는 우리 국회 통과 과정에서 야권과 진보 시민단체들의 거센 저항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은 시민세력들과 연합해 FTA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13일 "한나라당이 FTA 비준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면 다른 야당과 힘을 합쳐 강력하게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동당은 한미 FTA 독소조항 12가지라는 문서 파일을 작성해 '래칫'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 래칫은 한쪽 방향으로만 회전하고 반대 방향으로는 회전하지 못하는 톱니바퀴를 말한다. 한번 개방된 수준은 어떠한 경우도 되돌릴 수 없게 하는 조항인데, 선진국 및 산업국가 사이의 FTA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소조항이란 것. 예를 들어 쌀 개방으로 국내 쌀 농사가 전폐되고 식량이 무기화되는 상황이 와도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진보단체들 역시 국회비준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진보단체들은"위키리크스를 통해 제기된 협상 과정의 의혹들과 독소 조항들에 대한 국민적 검증이 있어야 한다"며 "이런 절차 없이 우리 국회에서 비준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한나라당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5.66% 늘고 신규 일자리가 35만 개 창출되는 효과가 난다며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또 우리 경제영토가 세계 경제 규모 대비 61%까지 확대돼 칠레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넓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역 경제계 인사들은 "한미 FTA는 대구경북 산업계가 세계 최대의 미국 수출시장을 선점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정부와 여당이 야당과 시민단체의 주장을 수용해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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