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두 개의 애플(Apple)사 제품을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싼 노트북을 구매하기 전 여러 회사의 가격 대비 성능과 속도, 편리함을 꼼꼼히 체크하고 선택을 하는 게 맞지만 필자는 이런 것과는 상관없이 파워 맥(Power Mac)이란 노트북을 주저 없이 샀다. 한입 베어 문 사과 디자인에 반해 사게 되었는데, 한 세미나에서 어떤 발제자가 여러 사람들과 노트북을 펼쳤을 때 뚜껑에서 빛을 발하는 사과에 집중되는 눈길들이 부러워서 꼭 사고 싶었던 애플사의 제품이었다. 또 하나는 아이폰(iphone)이다. 컴퓨터로 시작한 회사가 휴대폰을 만든다고 해서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중 전화와 MP3, 인터넷의 기능을 하나로 묶어버린 획기적인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고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언제든 들어온 메일을 확인할 수가 있어서 기존 휴대폰을 바꾸어 쓰고 있다.
이처럼 디자인이 수려하고 창의적인 제품들을 만든 사람이 애플사의 창립자이자 CEO였던 스티브 잡스다. 그를 묘사하는 단어는 천재, 독재자, 구루(존경해야 할 사람), IT의 신 등이 있는데 한편으로는 그를 인문학자나 예술가로서 새롭게 묘사하기도 한다.
대학에서 1년여 동안 서체를 배우고 중퇴 후 친구와 차고에서 만든 컴퓨터로 사업을 시작해 타고난 천재성과 노력으로 애플2를 엄청나게 성공시켰다. 그 후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와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였지만 '끊임없이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다'며 위기를 새로운 발판으로 만들었다. 자신의 분야가 아닌 픽사(Pixar)라는 영화 회사를 인수해 '토이스토리'란 3D 영화로 1996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새롭게 CEO로 복귀한 애플사에서 그의 철학이 담긴 명품들을 잇달아 내놓기 시작한다. 그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컴퓨터 내부 보드 모양까지도 철저히 디자인하여 박물관에 노트북을 전시할 때 일부러 내부를 분해해서 공개하는 등 제품의 전 과정을 예술가의 정신으로 만들었고 직원들에게도 그렇게 혹독하게 요구하였다. 그는 기술적인 면을 갈라진 나무의 한쪽 가지로만 보지 않고 예술과 기술이 한 뿌리에서 생성된 불가분 요소로 인식하였다.
미술평론가 모리스 드니가 인류 역사에 영향을 끼친 사과로 아담과 하와의 사과, 뉴턴의 사과, 화가 폴 세잔의 사과를 꼽았다. 그런데 잡스의 타계와 더불어 세간에서 그의 Apple이 네 번째 사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왜냐하면 아이폰과 애플 컴퓨터, 픽사 애니매이션 등을 통해 그는 우리에게 이야기와 감성이 풍성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고 꿈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건네 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세용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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