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토크(47)] 한국대중음악계에 던지는 짧은 소리

입력 2011-10-13 14:21:30

미국 음반사 신중현 가치 인정…세계에 소개

한류 열풍이 여전히 거세다. 해외에서 발표되는 곡마다 해당 국가의 음악 차트에서 높은 순위에 오르고 있고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에는 다양한 국가의 한류 마니아들이 참가해서 열기를 높였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 아이돌 음악을 지휘했던 프로듀서들이 해외 아이돌 스타들과 공동작업을 하거나 아예 한국에서 트레이닝을 받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현상만 놓고 봤을 때 분명 진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에 묻히기는 했지만 경이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먼저 여창가객 김윤서의 앨범 '정가악회 풍류 Ⅲ-가곡'이 국내 음반 최초로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과 신중현의 앨범이 세계 출시를 하게 된다는 소식이다. 과장되게 이야기하자면 하나는 잊혀진 음악이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이고 하나는 잊혀진 음악인이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신중현의 음반은 미국 음반사의 요청에 의해서 발매가 되는 경우다. 시애틀에 위치한 음반사 '라이트 인 디 애틱'(Light In The Attic)은 신중현의 음악에 대한 높은 가치를 인정하고 미국 시장과 세계 시장에 신중현의 음악을 소개하기로 결정했다. 라이트 인 디 애틱은 미국의 유명한 기타 회사 '펜더'(Fender)사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자회사의 기타를 헌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신중현의 음악에 주목했다. 펜더는 세계 최고의 기타 제조회사로 자회사의 기타를 헌정한다는 일은 세계 대중음악계에 혁신적인 공헌을 한 음악인에게만 행하는 의미 있는 일이다. 에릭 클랩튼, 제프 벡 같은 전설적인 음악인들이 받았던 명예를 신중현이 함께했다니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음반사의 대표인 맷 설리번(Matt Sullivan)은 신중현의 음악을 듣고 '에릭 클랩튼이나 지미 핸드릭스에 비견되는 위대한 음악인'으로 평가했다. 특히 1960년대 한국에서 이런 음악이 나왔다는 점은 경이롭다고 했다. 사실 이 점은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 대중음악을 유의미한 텍스트로 인정하고 있는 많은 나라의 음악인들에게 신중현의 음악은 혁명에 가깝다. 서구에서도 록음악이 태동기를 겨우 넘기던 시점에 아시아에서 나온 음악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앨범은 '아름다운 강산:대한민국 신중현의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라는 제목으로 공개된다. 1958년부터 1974년까지 발표된 14곡이 새로운 작업을 통해 수록된다. 신중현은 몇 번의 좌절과 오랜 세월의 고생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음악을 해 왔기 때문이라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그의 말 가운데 몇 번의 좌절이라는 부분은 가슴 아프게 들린다. 타의에 의해 음악을 할 수 없었던 시절을 뜻하기 때문이다.

신중현은 자신을 찾는 후배들에게 손수 라면을 끓여주며 데뷔는 자신이 에릭 클랩튼보다 선배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제 그 농담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었음이 증명된 셈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신중현의 무대를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참,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앨범 '정가악회 풍류 Ⅲ-가곡'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8장 팔렸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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