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각 차이

입력 2011-10-12 07:05:33

오래전 60세에 신인작가가 된 박찬순 씨에 대한 기사를 보고 왠지 흐뭇함을 느꼈다. 머지않아 고령사회를 거쳐 초고령사회로 될 한국에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히 자칭 할머니 학생(?)으로 전공을 바꿔 어린 학생들 틈에 끼여 노인복지학을 공부하고 40이 넘어 박사학위를 받고 40대 중반에 신임교수 이름을 달았던, 그래서 남들보다 10년 늦게 출발한 필자에겐 뭔가 남다른 희열을 느끼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연로한 분들이 활동하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한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이가 들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특히 노년기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각차이다.

레빈슨이라는 학자는 인생의 40대 전환기에 젊음과 노화의 두 극단을 경험한다고 한다. 신체적으로는 노화의 증상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지만 마음은 아직도 젊은 시기다. 인생의 중반기에서 앞으로 살아온 날들보다 남은 날들이 적음을 인식하게 된다. 신체적으로 젊게 보이고 싶어하기도 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 다시 평가해 보는 시기이기도 하며 다시 새로운 각오로 무엇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이들의 인생경험은 좋은 노하우가 되는 것이다.

70세가 넘은 노모가 재봉틀을 새로 사서 바느질을 할 때 '노인네가 왜 저러시나 가만히 계시지'하는 시각보다는 "그 연세에 아직도 의욕과 정정함이 있고 시력이 바느질할 정도여서 좋아"하는 기특한 우리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노인에게 그저 "누워 계세요, 편히 쉬세요"하는 것은 그들의 정체성을 빼앗아 버리는 것이다. 젊은층들은 인지구조상 자신은 노인과는 상관이 없는 세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령화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조금 달라야 할 것 같다. 어렸을 때의 드라마 제목에 '너 또한 늙으리'라는 것이 있었다. 성공적인 노화란 늙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잘 늙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초고령사회를 향하여 고속도로로 질주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우선 우리의 시각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고령사회, 초고령사회의 준비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시각 변화다. 노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은 저비용으로 고령사회에 대비하여 중요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길일 것이다. 노인 스스로, 또한 중년이나 젊은층 등 우리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고령사회에 대비해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고령사회로 향한 문제해결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김 미 령(대구대 교수 지역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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