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기업, 부실기업을 보는 눈] 달리기 시합과 같은 주식 투자

입력 2011-10-11 07:37:27

어느 집에 아들 4형제가 있었다. 갓 입학한 초교생부터 중'고'대학생까지. 이들은 매일 저녁 함께 모여 똑같은 조건에서 달리기 시합을 했다. 결과는 언제나 같았다. 큰형인 대학생이 늘 이겼다. 이를 본 이웃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한마디로 '공평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매일 오전 9시면 우리 주변에도 이런 시합이 벌어진다. 주식시장이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 집단이라는 증권시장에서 똑같은 조건에서 기관투자가, 외국인까지 가세해서 서로 전투 아닌 전투를 벌인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공평하지 않다'고 시장에 불평하는 이는 없다.

'공평'이란 관점에서 시장주체들 간 차이가 얼마나 큰지 살펴보자. 먼저 '개인과 조직' 간 경쟁이다. 조직의 가장 큰 장점은 '매니지먼트'(관리)에 있다. 리서치팀에서 분석자료를 올리면 운용부서는 그중 진액만을 골라 투자한다. 그 뒤로는 관리부서가 리스크 관리를 하는 구조다. 부서마다 맡은 일이 다르고 또 상호보완, 견제하는 기능을 한다. 그에 비해 개인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분석만 하기에도 힘겹다. 보완, 견제기능 등 '관리'가 제대로 안 되니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도구의 차이'도 엄연하다. 조직으로 운용되는 기관들은 시장하락기에는 보유주식에 대한 안전장치로 선물을 이용할 수도 있고, 주식과 선물을 같이 엮어 시장등락에 상관없이 일정한 차익을 내기도 한다. 최근처럼 변동성 큰 하락장세에선 선물과 옵션을 엮어 주식 손실보다 더 큰 이익을 만들기도 한다.

정보력과 같은 다른 것은 제쳐 두고라도 위의 두 가지만 고려해도 시장은 전혀 공평할 수 없는 구조다. 이게 시장의 본모습이다. 전혀 공평하지 않은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우선 스스로를 인정해야 한다. 불편하겠지만 내가 초교생 수준이란 걸 인정하는 게 먼저다. 그럼 대응방법이 나온다. 기간을 길게 잡고 대학생이 될 즈음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달리기하듯 단기로 대응해선 이길 수 없다. 장기로 가져가면 단기적 성과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기관보다 개인이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시장의 방향을 맞히려 하면 안 된다. 그건 전문가들도 자주 틀린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시황은 시황일 뿐이다. 달리기가 불리하면 내가 이길 수 있는 종목을 찾아서 그 종목만 하면 된다. 노련한 큰손 개인투자자들은 시황에 민감한 대형주 등 지수관련주는 특별한 경우 외엔 잘 쳐다보지 않는다. 지수 흐름에 영향을 덜 받고 자신이 잘 아는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게 훨씬 더 접근이 쉽고, 분석이 쉽고, 적중률이 높기 때문이다. 전혀 공평하지 않은 시장, 나는 과연 제대로 접근을 하고 있을까. 자문자답해보길 바란다.

이우현 동부증권 범어지점 DHP금융자산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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