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의료의향서 의존말고 환자 마음 읽으려는 노력을

입력 2011-10-08 07:13:36

지난달 29일 열린
지난달 29일 열린 '웰다잉' 특별 세미나에 참석한 청중들이 사전 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안락사 논란을 불러일으킨 보라매병원 사건, 우리 사회에 존엄사 문제를 화두로 던진 김 할머니 사건 등이 터지면서 웰다잉의 한 조건으로 사전 의료의향서 작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특별 세미나에서도 사전 의료의향서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김승호 영남신학대 교수, 김정우 신부, 정재걸 대구교육대 교수, 정법 스님(대구불교호스피스지도법사)이 토론자로 참석해 사전 의료의향서를 두고 열띤 토의를 벌였다.

토론자들은 사전 의료의향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사전 의료의향서가 갖고 있는 한계도 분명히 인식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승호 교수는 "의학의 발달로 생명 연장이 가능해지면서 사전 의료의향서가 등장하게 됐다. 사전 의료의향서는 수치스런 치료를 피할 수 있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을 갖고 있지만 여러 가지 한계도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전 의료의향서는 모든 의학적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작성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사전 의료의향서 작성이 강요될 수 있으며 작성 후 환자의 마음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의사는 사전 의료의향서에 의존하기보다 환자의 마음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우 신부는 "단순히 의료적'경제적 차원에서 사전 의료의향서를 다루어서는 곤란하다. 만일 유용성 측면에서 사전 의료의향서를 다룬다면 이는 안락사 강요에 불과하다"며 "사전 의료의향서는 건전한 죽음문화를 만들어가는 포괄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또 절대적 효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환자의 당부가 담긴 한 형태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법 스님은 "한국의 죽음문화와 외국에서 유래된 사전 의료의향서를 조화시켜 한국적인 사전 의료의향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사전 의료의향서가 갈등 유발요인이 되지 않으려면 가족들이 공감한 상태에서 작성되어야 한다. 나아가 사전 의료의향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달기자

사진'이채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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