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빠지기만 하진 않는다…유럽계 외엔 사들이는 쪽도 많아

입력 2011-10-08 07:36:47

국내 외화유동성 많은 개선 분석

국내 은행들의 주가가 유럽발 재정위기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유럽 은행들이 국내 은행에 빌려준 외화를 되찾아 갈 가능성이 농후해지면서다. 특히 주요 은행주의 경우 외국인 투자 비율이 높아 은행주 하락을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외화유동성이 2008년 금융위기에 비해 크게 개선됐지만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여전해 은행주의 본격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업종지수는 올 8월 이후 508.61에서 400대를 무너뜨릴 정도로 가파른 하락 양상을 보였다. 금융업종 시가총액 1위인 신한지주가 이 기간 5만500원에서 3만9천800원으로 21.19% 하락했고, 하나금융지주(-18.98%), 우리금융(-32.45%), 기업은행(-29.48%), 외환은행(-24.28%), BS금융지주(-21.23%), DGB금융지주(-23.25%) 등이 내렸다.

이런 약세는 유럽 재정위기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유럽계 금융기관이 해외 투자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크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유동성비율은 2008년 말 101.7%에서 2011년 6월 112.3%로 상승했다. 외화차입금 중 단기차입금 비중 역시 50.1%에서 6월 말 29.8%로 크게 하락했다. 다만 유럽계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유럽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계속돼 단기간에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적지만 유럽 문제의 해결까진 많은 과정이 남아있어 은행주의 본격적인 상승까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는 통계도 있다. 은행주뿐 아니라 외국인들은 지난달 주식과 채권을 동시에 팔아치웠지만 사들이는 세력도 있었기 때문.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는 증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조3천140억원, 채권시장에서 25억원을 순매도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유럽계 자금이 9천716억원을 팔았다. 유럽계는 채권시장에서도 1조9천577억원을 빼내갔다.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주식 순매도 규모는 미국 금융위기가 뒤흔들던 8월(5조9천245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했고 채권 순유출도 25억원에 불과해 대규모 추가 이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채권시장 순유출은 2조5천억원에 달하는 만기상환 때문으로 상환액에 비해 순유출이 적은 것은 사들이는 세력도 그만큼 많았다는 해석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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