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이라도 싼곳 찾는 서민 vs 최대 호황 백화점 명품매장

입력 2011-10-07 07:55:45

재편되는 '초양극화' 소비시대

저가 판매 정책은 공동구매 등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평소 매장의 절반도 차지 않던 여의도의 한 음식점이 쿠폰을 통해 음식값 절반 할인 행사를 시작하자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저가 판매 정책은 공동구매 등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평소 매장의 절반도 차지 않던 여의도의 한 음식점이 쿠폰을 통해 음식값 절반 할인 행사를 시작하자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대기업에 근무하는 39살 동갑내기 강모 씨와 황모 씨의 급여 수준은 비슷하다. 하지만 신고 있는 구두를 보면 강 씨의 경우 이탈리아 명품 'P'사 제품을 신고 있는 반면 황 씨는 동대문에서 파는 저가 제품이다. 강 씨는 오래 사용해 본전을 뽑는다는 심산이고, 황 씨는 싼 제품만 사고 본다는 계산이다. 두 사람은 경제활동 면에서 극과 극을 보이지만 '경제성'이란 대명제에는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 위기가 소비시장 판도를 뒤집어 놓고 있다. 예전에는 중산층이 사용하는 중간 가격대 제품이 주류였다면 요즘은 저가와 고가 제품이 함께 소비되는 패턴으로 바뀌고 있다. 소비시장의 유형이 역 'U'자에서 'U'자형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이유는 경기불황이 심화되면서 저성장기조가 계속되는 심리적 경기위축 상황과 깊은 함수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면 향후 자신의 손에 쥐어질 봉투가 얇아질 것이란 심리가 소비를 급격하게 위축시킨다. 미래에 대한 부담이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닫게 하고 저가 제품에 눈을 돌리게 하는 것이다.

저가소비와 더불어 정반대의 현상도 함께 나타난다. 자산이 크게 늘지 못한다는 생각이 고착화될 경우 '무조건 안 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는 인식을 불러온다. 무조건 모으는 데만 집중하지 않고 자신에게 과감히 투자하는 성향도 성행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20대 회사원들은 주택 구입보다는 외국어 학습, 여행 등 자기계발에 대부분의 수입을 투자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양극화 소비 행태는 심화되는 추세다. 경제활동 곳곳에서 양극화를 넘어 초(超)양극화 소비 행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생필품 매출액이 많은 대형마트의 매출이 최근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국내 3대 유통업체의 매출 동향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판매액은 지난해와 비교해 1.9% 감소했다. 고(高)유가와 고물가가 주요인이다. 대형마트에서 이탈한 소비자는 더 싼 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저가 소비재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다이소'의 경우 2006년 1천5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2010년 4천600억원으로 급성장한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고가품 소비시장도 저가품의 성장과 더불어 커지고 있다. 백화점 매출의 경우 5월에 이어 6월에 10%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보이면서 최대의 호황을 보였다. 이 가운데 명품매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1%나 매출이 늘었다. 특히 지방의 경우 해외 명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늘어 수도권(37%)은 물론 전체 명품 매출 신장률(44%)을 웃도는 현상을 보였다. 명품소비 증가세는 오히려 경기가 어려운 지방에서 오히려 두드러진 점도 눈길을 끌었다.(롯데백화점의 여름 정기세일 일평균 매출 분석 결과)

자동차 소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와 대형차 판매가 크게 늘었지만 소형차와 중형차의 판매는 감소하거나 주춤했다. 올 상반기 판매 차량 중 중형차 비중은 19.4%로 지난해 25.6%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중형차 수요층 가운데 여유 있는 소비층은 준대형차로, 고유가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준중형차나 소형차로 소비 패턴을 바꿨기 때문이다.

소비의 양극화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여전히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지만 연간 9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은 2008년 소비 수준의 80%까지 회복했다. 반면 9만달러 미만의 중간소득층은 65% 정도 회복하는 데 그쳤다. 고소득층은 어느 정도 살만해졌으나 중저소득층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면서 빈부격차가 극대화되고 소비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는 케이스다. 공공주택 건설, 최저임금 인상 등 중국 정부의 노력은 2005년 전체 인구의 67%에 달했던 생계유지형 가구(GDP 2천500달러 미만) 비중을 5년 만에 17%로 뚝 떨어뜨렸다. 생계유지형에서 벗어난 가구는 이제 저가품 위주의 소비 활동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중국 내 명품 소비 규모가 지난해 100억달러를 넘으면서 전 세계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등 고소득층 고가형 소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이 초양극화 소비행태로 재편되면서 중간 가격대의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직격탄을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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