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성폭행 집유 처벌, 아동 보육원장 상습 성추행…인권단체들 재조사
광주 장애인특수학교에서 벌어진 성범죄를 다룬 영화'도가니'와 유사한 사건이 대구에서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져 사건 재조사를 통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해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고 감독해야 할 행정기관도 뒷짐만 진 행태까지 판박이다. 복지 및 인권단체들은 관련 시설의 사건 재조사를 통해 추가 피해자를 밝혀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 아동 노리는 성범죄=지난해 3월 인권단체인 대구인권운동연대에 한 통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피해자의 언니라고 밝힌 이 여성은"동생인 A씨가 정신병원에서 성폭행을 당한 것 같다"고 울먹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진 A(지적장애 2급) 씨가 면회를 온 가족들에게 "어떤 아저씨가 자기 몸을 건드렸다"고 털어놨다는 것. 당시 36세였던 A씨는 1994년부터 대구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김 씨가 지목한 사람은 병원 생활보호사 B(70) 씨였다. A씨의 가족들은 "B씨가 TV 시청실과 면회실 등지에서 수차례 A씨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B씨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처벌 수위가 크게 낮아진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2008년 대구의 한 아동보육시설에서 70대 시설장이 여자 원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곳 보육원에서 근무했던 보육 교사들이 시설장 C(74) 씨의 성폭행 사실과 시설 운영비 횡령 사실을 폭로한 것. 당시 피해 아이들의 진술을 확보했던 인권단체 한 관계자는 "C 시설장은 여섯 살 된 여자아이의 옷을 벗겨 성추행을 하고 순찰을 이유로 한밤중에 여자 원생들 방에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보육원 아이들도 처음에는 "원장님은 변태"라며 성폭행과 성추행 사실을 털어놨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피해 아동들은 입을 닫았다. 결국 법원은 시설장의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 판결을 내리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해당 시설 재조사 해야=인권단체들은 장애인과 아동을 수용하는 집단시설 안에서 성범죄가 자행되더라도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보고 있다. 시설 자체가 폐쇄적인데다 피해자들이 범죄 피해를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 만큼 지적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인권단체들은 시설아동과 장애인 성폭행이 되풀이되는 것은 시설을 관리'감독해야 할 행정기관이 방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정신병원 성폭행 사건 당시 인권단체들은 대구시에 실태조사를 요구했지만 덮으려고만 했을 뿐 진실규명에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구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는"환자와 아동을 보호해야 할 시설에서 성범죄가 벌어지는데도 대구시는 아무런 대책도 없다"며 "관련 시설을 재조사해 추가 피해자들을 밝히고 시설 관리자들을 상대로 한 성교육과 인권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지역 정신병원 25곳의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권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구시 김영애 보건과장은 "정신과 전문의와 사회복지 관련 교수 등 전문가들과 협의해 실태조사에 사용할 설문 문항을 만들고 있다"며 "인권 단체들과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조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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