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가을이다.
의외로 가을을 타는 남자를 많이 볼 수 있다. 마음이 스산한 것이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가 절로 입에 맴도는 계절이다.
대구 국제오페라축제가 열리고 있다. 오페라 아리아는 대부분 애절한 사랑가다. 날 떠난 임을 그리며 애절하게 부르거나,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간곡하게 부른다. 말 그대로 사랑밖에 난 몰라다.
영화 속에서도 오페라 아리아가 많이 등장한다.
'귀여운 여인'(1990년'사진)에서 길거리 여인 비비안(줄리아 로버츠)이 억만장자 매력남 에드워드(리처드 기어)와 함께 생전 처음 오페라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나오는 곡이 '라 트라비아타'의 '아! 그이였던가'라는 아리아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는 병든 창부(娼婦)와 청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영화 속 주인공의 마음이 그랬을 것이다. 길거리에서 몸을 파는 여인이 어느 날 매력적인 독신남이 찾아오고, 그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두렵기만 하다. 비비안은 동백꽃을 단 오페라 속 비운의 여 주인공과 닮아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메모리즈'에서 '그녀의 추억'이란 에피소드에서는 오페라 '나비 부인'의 '어느 개인 날'이 나온다. 먼 미래. 우주 공간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우주선에 이상한 SOS가 잡힌다. 오페라 아리아다. 폐 우주선에서 나오는 노랫소리다.
그러나 투입된 대원들은 한때 유명했던 오페라 배우의 환영을 보게 된다. 사랑을 맺지 못한 오페라 여가수의 의식이 유령선처럼 우주를 유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푸치니의 '나비 부인'은 미국 장교와 사랑에 빠진 일본 게이샤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본국으로 돌아간 남자를 애타게 그리는 여주인공이 결국에는 목숨을 끊고 마는 비극이다. 아리아 '어느 개인 날'은 언덕 위에서 항구를 바라보며 부르는 애절한 노래다. 한이 맺힌 노래답게 '메모리즈'는 기계문명에 대한 인간소외를 아리아를 통해 잘 그려주고 있다.
톰 행크스의 연기가 돋보이는 '필라델피아'(1993년)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 에이즈에 걸려 부당하게 해고당한 톰 행크스가 변호사와 만나 자신의 처지를 얘기하면서 아리아를 듣는 장면이다. 이때 그가 듣는 곡이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의 '나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이다. 세기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가 부른 곡이다.
폭도들에 의해 집이 불타는 절망의 순간을 그린 아리아와 곧 생을 마감해야 할 주인공의 절망과 고통이 잘 어우러져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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