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독립운동가'배우 나운규

입력 2011-10-01 08:00:00

1926년 10월 1일 서울 단성사. 나운규와 신일선이 남녀 주연 배우로 등장, 열연을 펼치고 변사의 간드러진 목소리에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아리랑을 소리 높여 불렀다. 춘사 나운규(1902~1937)가 만든 아리랑이 첫선을 보인 날 상황이다.

각종 자료들은 이날 '관객들이 너무나 감동이 벅차서 목놓아 우는 사람, 아리랑을 합창하는 사람, 심지어 조선독립만세를 외치는 사람까지 그야말로 감동의 소용돌이였다'고 표현하고 있다.

함경도 출신인 나운규는 만주의 홍범도 장군 휘하에서 독립군 활동을 하다가 검거돼 옥살이를 한 독립운동가 출신. 석방된 후 부산으로 가 '조선 키네마' 영화사의 연구생이 된 그는 윤백남 감독의 '운영전'이란 영화에 처음 출연했다. 1926년 본인이 직접 각본, 감독, 주연한 영화 '아리랑'이 제작되면서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나운규의 '아리랑'은 강렬한 민족주의와 자유주의를 영상화하여 한국영화의 진정한 효시로 평가받는다. 리얼리즘을 기초로 일제에 억눌리던 민족의 울분을 영화로 승화시켰다. 1993년 8월 뒤늦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받았다.

최정암(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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