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서거정 한시 인용 펴낸 '대구십영'
"건들바위는 역사 속에 나타난 명소가 아니다?"
대구시가 조선 전기 문신 서거정의 한시를 바탕으로 대구의 아름다운 10곳을 지정한 '대구 십영(十詠)'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구시가 지정한 장소 10곳 중 일부가 서거정이 극찬한 실제 장소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시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맞춰 '서거정의 대구십영'을 주제로 안내지도를 펴냈다. 역사 속에 살아있는 대구의 아름다운 10곳을 알리고, 지도로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찾아가도록 한 것.
대구십영은 중종 25년(1530년)에 증보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실린 서거정의 시 7언절구 10수를 말한다. 시는 영남대 융합형디자인대학육성사업단이 자체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도를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비와 제작, 인쇄 등을 위해 민간경상보조금을 3천만 원을 지원했다.
문제는 한시에서 나타난 장소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한시에서 장소가 확실하게 드러난 곳은 '귀수춘운'(龜峀春雲'제일중 교정 거북이 바위)과 '북벽향림'(北壁香林'도동 측백나무 숲), '공영적설'(公嶺積雪'눈 덮인 팔공산), '침산낙조'(砧山落照'침산공원) 등 4곳에 불과하다.
'금호범주'(琴湖泛舟'복현나루터 일대), '입암조어'(笠巖釣魚'건들바위), '동화심승'(桐華尋僧·동화사 돌계단), '노원송객'(櫓院送客'팔달교 부근), '학루명월'(鶴樓明月'옛 달성관 동북쪽 모퉁이), '남소하화'(南沼荷花'영선시장) 등은 이미 흔적이 사라졌거나 장소가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논란이 이는 장소는 '입암'인 건들바위와 '남소'라 지칭한 영선지(현 영선시장)이다. '경상도지리지'(1425년)나 '대구읍지'(1832년) 등에는 입암이 경상감영공원 동쪽으로 돼 있지만 건들바위는 대구읍성 남쪽이라는 것. 또 건들바위는 삿갓처럼 생겼다는 뜻의 '입암'과 모양이 맞지 않고, 낚시를 하기도 불가능한 구조라는 게 이유다. 실제 조선 후기에 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 달성 서씨 문중의 문집 '달성도'에도 입암은 현재 북구 침산2동 천주교 옥산성당 부근으로 표시돼 있다.
'남소'(南沼)의 위치가 영선지가 있던 영선시장 일대이라는 것도 부정확하다는 지적이다. 서거정이 생존했던 1420~1488년까지 대구에는 영선지가 아예 없었다는 것. 일부에서는 현재 읍성 남서쪽의 성당못이나 읍성 남쪽인 남산동 일대에 있던 '연화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달구벌얼찾기모임 이정웅 대표는 "시의 자료는 학술조사와 달리 지방정부가 펴내는 공식적인 자료인 만큼 최대한 정확하고 신중했어야 한다"며 "대구십영뿐만 아니라 대구의 아름다움을 다룬 '상화대십경' '서호 십경' '팔공산 십경' 등 다양한 자료들을 함께 정리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제작 과정에서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두 차례나 거치는 등 고증에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또 건들바위의 경우 정확한 장소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구시 지정문화재인 건들바위의 상징성을 살렸다는 것.
대구시 김영대 도시디자인총괄본부장은 "학술적으로 정리해야 할 여지를 두고 작업을 했고, 문제가 제기된 곳은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대구시의 명소 52곳 중 10곳을 '대구 신십경'으로 지정해 도시 경관 자원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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