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멜론 식중독' 공포…"한국은 안전"

입력 2011-09-30 09:55:28

"이 멜론 미국산인가요?" 29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 내 청과시장. 주부 김지현(35'동구 신천동) 씨가 진열된 멜론을 손으로 가리키며 상인에게 물었다. 미국산 멜론 중 일부가 식중독균에 오염돼 식품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탓이다. 김 씨는 "뉴스를 보신 부모님이 아이에게 멜론을 먹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며 "국산 멜론도 찜찜한 마음이 들어 대신 다른 과일을 샀다"고 했다.

미국발 멜론 식중독 주의보에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국내에 수입된 멜론에도 식중독을 일으키는 리스테리아균이 묻어있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 때문이다. 최근 미국 질병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콜로라도산 칸탈루프 품종 멜론을 먹은 72명이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돼 식중독 증세를 보였고, 16명이 숨졌다.

다행히 식품 사고를 일으킨 멜론 품종은 5년 전부터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9월까지 국내에 수입된 멜론 1천773t 중 미국산은 1천763t으로 99.4%를 차지하지만 전량 캘리포니아산 허니듀 품종으로, 문제가 된 콜로라도산 칸탈루프종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 더구나 수입 멜론은 국내 멜론 생산량(4만8천t)의 3.7%에 불과할 정도로 유통량이 적다.

기자가 대구시내 대형마트와 백화점 5곳을 둘러본 결과 판매하는 멜론 모두 캘리포니아산이었다. 또 칠성시장 등 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멜론은 국내산이 대부분이었다.

대구중앙청과 관계자는 "멜론 재배농가가 늘면서 외국산보다는 국내산 물량이 더 많다"며 "대구에 공급되는 멜론은 대부분 경북 구미, 경산, 안동, 고령 등에서 생산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불안감은 숙지지 않고 있다. 병의 잠복기가 4주 정도로 길고 육안으로 멜론의 산지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일 판매상에게 미국산 여부를 묻거나 아예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적잖았다.

대학생 황영지(23'여) 씨는 "가족들과 나눠 먹은 멜론 때문에 탈이 날까 걱정"이라며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멜론은 입에도 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신 석 달째인 주부 백선지(34) 씨는 "멜론 식중독 파동으로 다른 과일까지도 먹기가 겁이 난다. 혹여 태아가 잘못될까 싶어 노심초사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문제가 된 멜론의 수입을 전면 차단하고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수입식품과 김용재 사무관은 "식중독균은 주로 껍질에 묻어있으므로 잘 씻어 껍질을 완전히 제거하면 문제가 없다"며 "다만 표면에 흠이 심할 경우 식중독균이 과육으로 침투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리스테리아균=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균으로 가축이나 어패류, 채소류, 육류 등 식품을 통해 신체에 감염된다. 건강한 사람은 가벼운 열과 복통, 설사, 구토 등 식중독 증세를 보이지만 임신부는 유산을 하거나 미숙아를 낳을 수 있고, 유아나 노약자는 패혈증, 수막염 등의 질병을 앓을 수 있다. 심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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