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대구의 미술 인프라

입력 2011-09-30 07:04:37

며칠 전 지역의 한 문화단체에서 주관한 세미나에 발제를 맡아 타 지역을 방문했다. 거기서 문화예술의 흐름과 방향성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들을 주고받았는데 그 지역의 문제점 중 하나는 미술대학을 졸업한 많은 젊은 작가들이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수도권으로 떠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미술 인프라 구축이 잘 안 되어 있고 기성작가 위주의 시스템이다 보니 젊은 작가들이 적응하기에 힘이 든다는 것이었다. 반면 수도권 지역은 미술관이나 화랑마다 신진작가들을 찾기 위한 공모를 하고 시에서도 유휴공간을 확보해 창작 스튜디오를 만들어 작가를 키우고 있었다. 경제력도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 보니 작가들이 모여들어 여러 가지 신선한 기획과 재밌는 문화를 생산하고 있지만 그 지역에는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한 40, 50대 이상의 기성작가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역에서 문화와 관련된 일들을 진행할 때 젊은 작가들이 일을 감당해야 하는데 점점 기본연령이 높아지고 있어서 이렇게 몇 년이 지나면 지역문화가 고사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았다.

다행히 대구의 미술 환경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시립 미술관과 문화예술회관이 있고 각 구청 소속의 문화회관도 있다. 화랑이 80여 개가 있고 사진 비엔날레와 아트페어가 매년 열리고 있어 미술에 관한 인프라 구축이 타 도시에 비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술대학 졸업 후 열정이 있는 청년작가들이 마음껏 작업할 수 있는 스튜디오 마련이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낮에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늦은 밤엔 졸업한 모교의 작업실에서 교수님들과 재학생들의 눈치를 받으며 어떻게든 작업하려는 젊은 예술가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이처럼 대구'경북 지역에는 4년제 대학 7곳의 미술대학에서 매년 1천여 명의 작가가 배출되고 있지만 이들의 창작의지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아직 너무나 부족하다. 이런 가운데 1년까지 작업실을 무료로 제공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한 미술단체 주관으로 2007년에 시작되었다. 공모를 통해 대학 졸업 후 바로 입주 가능하여 작가들은 일정기간 경제적 부담 없이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고 타 지역 창작 스튜디오 입주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전시 기회도 갖게 되었다. 2009년부터는 해외교류 레지던시를 운영하며 평론가와 프로그램 매니저가 경험이 없는 젊은 작가를 대구에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기 시작했다.

이러한 창작 스튜디오 프로그램은 창작의 기회를 제공해 작가정신을 고취하고, 전시기회를 제공해 신진작가로의 데뷔를 돕는 등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젊은 작가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아무쪼록 예술행정이 뒷받침되어 미래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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