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공주와 장군의 삼각관계…처절한 이중창 2곡 '오싹'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계명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아이다'는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제작 및 출연 인원 400명에 제작비 6억원, 무대 및 의상 대여비만 1억원에 달하는 대작이다.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가 에티오피아와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장면은 무대공연에서 보기드문 웅장한 장면을 연출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병사들의 행진과 수많은 전리품, 다양한 석상, 채찍을 맞아가며 끌려오는 포로들은 진짜 전쟁에서 개선하는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이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장면 덕분에 '아이다'는 흔히 대형무대와 대규모 출연진이 강조되지만 사실은 세 젊은이의 안타까운 사랑과 인간적 갈등이 핵심인 작품이다. 한 남자를 사랑하는 두 여자(에티오피아 공주였지만 전쟁에서 패하는 바람에 이집트의 노예 신세가 된 '아이다'와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슬픔이 이 작품의 주제인 것이다. 더불어 적국의 남자(라다메스)가 아버지가 이끄는 조국 에티오피아의 군대를 무찌르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랑의 마음과 그 같은 불순한 마음에 스스로 깜짝 놀라는 아이다의 심리적 갈등이 중심이다.
이 작품의 제1주인공은 라다메스 장군과 사랑하는 사이인 노예 신분의 '아이다'지만, 라다메스 장군을 향한 암네리스 공주의 사랑 역시 지고지순하다. 암네리스 공주는 자신과 비교할 수 없는 신분의 여자를 사랑하는 라다메스 장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아이다와 사랑에 빠진 라다메스가 반역죄를 저지르고 사형선고를 받지만 그를 구하려고 애를 쓰고, 결국 구하지 못하자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제관들을 저주하기까지 한다. 언뜻 보기에 암네리스 공주는 아이다와 라다메스 장군의 사랑을 방해하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녀 역시 사랑을 얻지 못한 비운의 여인인 것이다.
오페라 '아이다'는 잘 알려진 '개선 행진곡'을 비롯해 아이다가 부르는 '이기고 돌아오라' '오, 나의 조국', 라다메스의 '청아한 아이다' 등 좋은 아리아들이 많다. 그중에서 두 공주 아이다와 암네리스가 펼치는 질투의 2중창과 마지막까지 라다메스의 사랑을 구하는 암네리스 공주와 이를 거절하는 라다메스의 2중창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세 남녀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 아이다와 라다메스는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리고, 암네리스 공주는 사랑을 위해 신분도 체면도 잊는다.
이 작품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것은 아름다운 음악과 더불어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스토리 덕분일 것이다. 사랑을 위해 부귀영화와 목숨을 버리는 남자, 사랑 때문에 모든 세속적 조건이 최악인 여자(노예 신분인 아이다)를 택하는 남자, 사랑하는 남자와 죽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여자를 현실에서는 찾기 힘드니 말이다.
대체 사랑은 무엇일까? 남녀의 불타는 사랑이란 결국 '찰나에 불과한 동물적 욕정'이라고 평가하는 인류학자도 있다. 사랑을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 라다메스와 아이다는 토굴에 생매장돼 굶어 죽어갈 때, 마지막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살은 신의 용서를 구할 수 없다고들 하는데, 사랑을 이유로 자살을 택한 사람들은 어떤 판결을 받게 되는 것일까.
30일(금) 오후 7시 30분, 10월 1일(토) 오후 3시.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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