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사] "교통카드 만큼은 세계최고 돼야죠"…신승영 에이텍 대표

입력 2011-09-30 07:14:10

선해 보이는 눈매와 나직한 목소리. 하지만 그 뒤에는 싸움닭의 근성이 숨어 있었다. 30대 중반에 안정적인 대기업 과장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도 그렇고, 국내 최초로 일체형 PC 생산에 도전했선 것도 도전을 즐기는 성격 그대로다. 평생 배수의 진을 치고 살았다는 말이 헛말로 들리지 않았다. LCD'RFID 응용제품으로 연매출 1천억원이 넘는 코스닥상장기업 '에이텍'을 이끌고 있는 신승영(56)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영남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던 1982년 LG전자에 입사했다. 하지만 편한 길만을 가지 않았다. 본사 근무를 6년 한 뒤 생산공장 근무를 자원했다.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현장에서부터 배우겠다는 생각이었다. "평택에 있는 공장을 3년 동안 매일 4시간 가까이 걸려 출'퇴근했습니다. 덕분에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죠. 학연이나 지연을 떠나 실력으로 승부하고 싶었거든요. 열정만 있으면 성공한다는 신념은 500명이 넘는 저희 직원을 채용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90년 그가 처음 택했던 사업 아이템은 컴퓨터 부품 수리였다. 직원은 달랑 3명. 겁도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외국기업이 한전의 전력제어시스템 수리 비용으로 1천만원을 넘게 받는다는 것을 알고 무작정 찾아가 300만원에 계약을 따냈다. 6개월 뒤에 고장이 나면 수리비를 환불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결과는 대성공. 실력 있는 회사라는 소문이 나면서 지하철'코레일'발전소 등 산업용 시스템 수리 요청이 잇따랐다.

1995년부터 컴퓨터 유통업에 뛰어들었던 그는 1998년 제조업에 도전, 모니터와 본체가 붙어있는 일체형 PC를 국내 최초로 생산했다.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찾아낸 것이다. 이후에도 도전은 계속돼 2001년에는 코스닥에 회사를 상장했고, 2003년에는 LCD TV사업을 시작했다. "회사를 키워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조업에 뛰어들면서 자체 연구소는 세웠지만 은행 돈을 빌리지 않은 까닭이죠. 무차입 경영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LCD TV사업이 너무 잘된 게 과욕으로 이어졌던 것. "중저가 LCD TV를 국내에서만 한 해 10만 대 넘게 팔았습니다. 자신감이 붙어 유럽 법인도 세우고 수출 드라이브를 밀어붙였죠. 그런데 어느 순간 시장이 과열되면서 가격이 폭락하더군요. 2007년에는 사업 시작 후 첫 적자를 냈고, 결국 TV사업 철수라는 쓴맛을 봤지요."

그가 이후 새롭게 찾아낸 블루오션은 교통카드 시스템. 서울 시내 버스'지하철'택시 등에서 사용되는 'T머니' 교통카드 단말기를 독점 공급한다. "서울뿐 아니라 대전, 제주, 포항, 영주, 문경, 상주에 저희 시스템이 설치돼 있습니다. 미국,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콜롬비아, 러시아, 멕시코, 캐나다 시장도 개척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신 대표는 인재 양성에 대한 욕심이 많다. 등록금을 제때 못낼 정도로 어려운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처음 회사를 만들 때 공고 출신들을 뽑았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비용을 대 모두 대학 공부를 마치도록 했습니다. 훈련을 받으면 사람은 달라지기 마련이거든요. 훌륭한 기업연수원을 만들어 역량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게 제 꿈입니다." 그의 이 같은 의지 덕분에 에이텍은 지난해 정부로부터 중소기업 학습조직화 전국 성과경진대회 대상, 인적 자원 개발 우수기업상(Best-HRD)을 받았다.

그의 남은 목표는 '세계시장 1위 기업'이다. "중소기업의 한계 때문에 TV시장에선 실패했지만 교통카드 시스템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소리를 꼭 듣고 싶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입니다. 남들 모두 위기라고 해도 스스로 준비만 철저히 해둔다면 위기는 언제든 기회로 바뀝니다."

영주 태생인 그는 안정초교, 영주중, 영광고를 나왔다. 2009년에는 (재)영주시인재육성장학회에 장학금 5천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마라톤 풀코스를 7차례나 완주할 정도로 마라톤을 즐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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