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운동] 밤에 즐기는 취미생활

입력 2011-09-29 14:00:56

# '오동잎' 한 곡 튕기면 그 시절 그리운 추억이…

가을이 되면 문득문득 향수에 젖는다. 앨범 속의 빛바랜 사진은 진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잃어버린 것과 낭만을 찾아 추억의 오솔길로 떠나보자. 나이가 들수록 추억의 취미 생활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밤에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났다.

◆통기타

이달 22일 오후 8시 대구 달서구 성서초등학교 맞은편 월드실용음악학원(원장 조완수). 이곳에 들어서자 직장인들이 밤을 잊은 채 통기타, 아코디언, 보컬 등 음악에 젖어 있었다.

"자, E마이너스 다음에 C죠? 우리 '이등병의 편지' 할 땐 반 마디씩 계속 리듬을 유지하는 것 배웠죠?" "네…." "여기 코드는 D-A-D-G예요. 앞에서 우리 G코드 연습이 잘 됐죠?" "…." "하하, 연습 안 해 오셨죠" "네…." "자, 다시 첫 소절 갈게요. 코드 체인지에 익숙지 않으시니 반 마디씩 가죠. 소심해지면 안돼요. 자신 있게!" "저… 10분만 연습하고 하면 안 될까요?"

고등학교 때 혼자 통기타를 연주해 본 것이 전부인 김경호(52'직장인) 씨. 며칠 전 다시 기타를 배우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 김 씨가 한숨을 들이쉰 후 넥(코드를 쥐는 기타 부위)을 잡았다. 코드가 바뀔 때마다 갈 길 잃은 김 씨의 손가락이 스트링(줄) 위에서 떨렸다. 기타 초보가 피할 수 없는 첫 번째 난관이 손가락에 생기는 물집이고, 두 번째가 검지 전체를 사용해야 하는 F코드다. 손 모양이 나빠지면 어쩌려고 이런 힘든 일을, 직장생활도 고된데 '고생을 사서 할까.'

"너무 재밌어요. 삶의 활력이랄까? 여자 가수들이 기타를 들고 노래 부르는 모습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아직 코드 체인지가 잘 안 돼 답답하긴 하지만 다니는 보람을 느껴요. 나중에 저도 한 번 무대에 서고 싶어요."

기타가 직장인 취미생활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세시봉' 열풍이 통기타 붐으로 이어지고 '나는 가수다' 'TOP밴드' 등 방송프로그램으로 음악과 밴드의 열정을 다시 불태우고 있다.

조완수 원장은 "오후 7~10시 사이의 직장인 수강생이 이전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며 "통기타뿐 아니라, 일렉트릭기타'아코디언'키보드(건반) 등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고 말했다. 통기타 경우 3개월 정도 배우면 코드를 읽을 수 있으며 6개월 정도면 멜로디와 화음을 같이 연주할 수 있다.

전원주(50'여'직장인) 씨는 "대학 시절 잔디밭에서 쳤던 통기타를 잊을 수 없어 다시 배우고 있다"며 "아이 키우며 살아온 지난 세월 속에 음악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70, 80대 어르신들은 아코디언을 배우며 지난 향수에 젖고 있다.

◆당구

당구가 직장인들의 취미생활로 부활하고 있다. 회식자리도 당구 한 게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잖다. 폭음보다는 간단히 저녁을 먹고 당구장에서 1, 2시간 게임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경비도 저렴하다. 대구시내 웬만한 당구장은 10분에 1천~1천200원. 1시간 정도 게임을 하면 6천~7천원. 노래방보다도 비싸지 않다. 게임 비용은 진 사람이 낸다는 불문율이 있어 만일 게임을 이긴다면 공짜인 셈이다.

대구지역 최대 당구동호회인 '대구사랑당구사랑'(cafe.daum.net/taegudanggu)의 당구교실 번개모임이 열린 23일 오후 9시 대구 달서구 명가당구장. 10여 명의 동호인들이 당구를 즐기고 있었다. 입문 동기도 연령대도 다양했지만 당구사랑은 똑같았다.

손호정(44'대구시 동구 신암동) 씨는 취미로 입문했다가 지금은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 손 씨는 20여 년 전 TBC당구 브롬달 선수 내한 경기를 보고 매료돼 당구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대구시당구연맹 선수인 백승우 씨를 멘토로 모시고 배운 결과, 지금은 1천 점(당구 수준)을 치는 고수가 돼 후배 지도에 힘쓰고 있다.

"빨간색과 흰색 공이 부지런히 사랑을 실어 날랐죠." 이이하(38'대구시 달서구 본리동) 씨는 당구동호회 활동 중 지금의 부인을 만나 결혼에 골인한 경우다. 1주일에 3, 4번씩 1대1 강습을 하다가 사제지간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날 최고 연장자인 장우식(63'대구시 달서구 감삼동) 씨는 "2시간 정도 즐기면 4, 5㎞ 정도 걷기 효과가 있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므로 치매 예방에 좋다. 노인들의 취미활동에 최고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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