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말하는 커피의 건강학

입력 2011-09-29 14:12:54

커피, 칼로리 낮고 항산화제 많은 건강 기호식품

마시면 살이 찐다. 고혈압과 당뇨병에 좋지 않다. 임신부나 청소년에게 해롭다. 위장에 좋지 않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커피의 위해성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커피의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류가 가장 즐기는 기호식품 중 하나인 커피. 과연 커피는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커피 분야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KBS2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이 있다. 계명대 의대 생리학과 배재훈(50) 교수다. 그는 '선생님, 커피를 마셔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확실한 답을 주지 못할 때가 더러 있었는데, 이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 '내 몸에 커피 내 안의 행복'(계명대 출판부)이다.

"커피(우유'크림'설탕 등을 첨가하지 않은 상태)는 저칼로리 식품으로 몸속의 지방 연소를 촉진하는 성분이 있어 다이어트에 좋습니다. 또한 항산화 물질이 많아 건강 기호식품으로 불릴 정도입니다."

바리스타(barista) 자격증을 갖고 있는 배 교수는 책을 쓰기 위해 1년여 동안 수백 편의 논문과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고 한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단다. "도서 검색 사이트를 통해 '커피와 건강'을 주제로 다룬 단행본을 검색했는데, 해당되는 책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책을 써야한다는 사명감이 더 생기더군요."

이제 배 교수가 전하는 '커피와 건강'에 대한 정보를 소개한다. 커피에는 항산화제가 아주 많다. 커피는 산업화된 국가들에서 식이를 통해 섭취할 수 있는 항산화제의 주된 원천이다. 배 교수는 커피의 유익성과 관련해 "커피는 당뇨병, 간염, 간경화, 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의 예방과 진행을 억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몇 년 전 미국소화기내과학회지는 커피를 표지모델로 썼으며, 커피가 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커피는 체내에서 칼슘 흡수를 억제하는 작용한다. 이 때문에 커피는 골다공증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배 교수는 "하루 1컵의 우유를 마신다면 하루 커피 3잔까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임신부나 수유 중인 여성들에게 커피는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의 카페인 성분이 신경발달이 덜 된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임신을 했거나 수유 중일 경우 아예 커피를 마시지 말아야 할까? 그는 "캐나다 보건당국은 임산부의 경우 커피를 하루 3잔까지는 마셔도 된다고 발표했다"며 "초콜릿 등 다른 식품을 통해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는다면 하루 1잔 정도는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커피를 마시면 두뇌 활동을 향상시키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람들이 많다. 맞는 말이다. 그냥 느낌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가 있다. 미국 여성 간호사 8만6천6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2~4잔의 커피를 섭취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우울에서 벗어나며, 심지어 자살 충동의 위험성을 34~42%까지 낮춘다는 것.

커피는 우리 몸의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을 증가시겨 각성 효과가 뚜렷하며, 중추신경계의 정보처리 능력을 강화시켜 준다. 또 카페인 성분은 몸 전체의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한다. 이런 이유로 통증이나 염증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의 생산이나 분비가 억제되며, 진통제의 효과를 40% 정도 높여 준다.

카페인은 소화계통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배 교수는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증가시키고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한다. 또 담낭을 수축시켜 담즙 분비를 원활하게 한다"고 했다.

성 기능에도 효과가 있다. 중년 이후 여성들이 하루 한 잔 이상의 커피를 섭취하면 성 활동의 빈도가 증가하며, 남성들도 남성호르몬의 총량이 커피 섭취량과 직접적인 비례 관계로 증가해 성 생활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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