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널뛰기에 잠못드는 중소기업…미래 불안에 투자 주저

입력 2011-09-27 09:35:54

수입 원자재 가격 오르고, 해외 주문 취소될까 불안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한 섬유업체는 새로운 직기를 외국에서 구입하려던 계획을 당분간 늦추기로 했다.

최근 치솟은 환율로 기계 구입 가격이 예상보다 20%가량 뛰었기 때문. 이곳 대표는 "올해부터 주문량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고 성수기인 동절기를 대비해 2개월 전부터 생산 라인을 추가하려 했는데 포기했다"며 "고환율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어서 회사 운영에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급변하는 외환시장에 대구지역 산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이 수출 위주 산업에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세계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우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 특히 환율의 변동폭이 커지면서 미래 예측 불능 속에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6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19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 1일(1,062원)에 비해 130원 넘게 급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8월 31일 1,198.10원 이후 13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27일 오전 9시 30분 현재 환율은 1183.90원을 보이고 있다.

특히 22일 1,193원이던 환율이 하루 만인 23일 1,172원으로 21원이 급락한 뒤 26일 다시 22.5원이 급등하는 등 요동치고 있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환율이 급변할 때 상대적으로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인 대구지역 업체들은 경기침체로 인한 선진국의 수요위축이 미칠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지역 대표 업종인 섬유 업계는 환율이 오를수록 해외 바이어들이 제품 주문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인 주문을 확보하기 힘들다. 한 원사 제조 업체는 "고환율은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를 불러와 수익성을 떨어뜨린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수출 중심인 섬유 산업은 고환율일수록 이익이 많이 남지만 변동폭이 클 경우 계약 당시 환율과 결제 시의 환율 변화로 오히려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며 "직기 구입 시에도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투자도 다소 소극적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도 고환율이 달갑지는 않다. 환율이 오를수록 플라스틱과 철강 등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지역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인 SL 관계자는 "제품을 직접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 원자재값이 올라도 고환율 덕분에 수익성이 유지되겠지만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 업체는 완성품 업체에 납품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업체들은 환율의 높고 낮음보다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섬유 업체 대표는 "수출을 주로 하는 업체는 환율이 높을수록 좋겠지만 계약 당시의 환율이 결제일까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미래 투자 등을 고려하더라도 환율의 변동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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