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드롬에 대해서도 '올 것이 왔다'며 자신감을 보이던 이명박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유엔총회 등 참석을 위해 미국 순방길(21~24일)에 나선 며칠 사이 김두우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측근들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경제위기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주말인 24일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 대통령은 마중나온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김효재 정무수석, 정진영 민정수석 등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영접을 받았지만 침묵했다. 이 대통령은 '스캔들 없는 정권'과 '경제위기를 극복한 대통령'이라는 두 가지 국정목표를 한꺼번에 잃어버릴 처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휴일인 25일 하루종일 관저에 머무르면서 난국돌파 구상에 몰두한 이 대통령은 26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직접 주재한 후 신임 양승태 대법원장 임명장과 퇴임한 이용훈 대법원장에 대한 훈장 수여식을 마치고 함께 오찬을 하는 것으로 이날 공식일정을 마쳤다.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는 이례적으로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보고와 대책 및 측근 비리의혹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강한 질책과 경고 메시지가 함께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한 관계자는 "보고사항이 많은데다 유럽발 경제위기에 대한 다각적인 대응방안, 측근인사들의 비리의혹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이 대통령은 검찰수사 결과 김두우 전 홍보수석의 비리사실이 흘러나왔고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미국방문 중 터진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밝힌 신 전 차관의 비리의혹은 이 대통령의 입을 닫게 했다. 문제는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대통령의 수행비서 출신의 청와대 비서관 이름까지 흘러나오자 청와대는 즉각적인 해명에 나서면서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더이상 먹혀들지 않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마땅히 내놓을 카드도 없는 것이 이 대통령이 처한 현실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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