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인생길 평생을 배워야 끝까지 달린다
요즘 세상은 관습이 잘 통하지 않는다. 어릴 적 공부하고, 젊어서 일하고, 늙어서는 쉬는 '삶의 경로'는 이미 흔들렸다. 고용주기는 짧아졌고, '은퇴 후 삶'이 직장에 다닌 시간보다 더 길어졌다. 최근 새 기대수명 예측은 현재 살아있는 10명 중 4명(남성 39.6%, 여성 46.2%)이 98세까지 살게 된다. 고령사회의 도래와 끊임없이 쏟아지는 신기술과 새로운 사조는 학습과 일을 연계시키지 않으면 개인은 낙오자의 오명을, 조직이나 기업은 망하는 비운을, 지역 사회는 '별볼일없는 후진 도시'로 전락시켜 버린다. 참여율이 1% 증가하면 1인당 국민소득이 332달러 높아진다는 분석까지 나온 평생학습이 개인과 조직 그리고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전하기 위해 일본, 영국 그리고 경쟁력 있는 국내 10여 개 평생학습도시를 취재하였다. 대구의 경쟁력과 개방성을 평생학습에서 찾아보자는 취지에서다.
◆도시 경쟁력은 평생학습과 직결
지식정보사회는 개인과 조직 그리고 도시가 전 세계와 경쟁한다. 이 개인과 조직 그리고 도시의 경쟁력은 평생학습과 직결되어 있다. 학교 다닐 때 잠깐 공부한 것으로 전 생애를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사회의 문제점도 정부 자금이나 지자체 예산이나 조직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점들이 자꾸 생겨난다. 정부정책이나 프로젝트도 알아야 딸 수 있지, 그저 모든 시도에 공평하게 나눠주는 일은 잘 없다. 그래서 개인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고, 지역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인재가 필요하다. 이 인재를 육성하는 키워드가 바로 평생학습이다.
세계 각국은 다른 그 무엇도 아닌 평생학습이 지식정보사회의 발전을 위한 '빅 솔루션'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런 추세를 감안,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헌법에 평생학습을 명시하는 국가로까지 발전했다. 늦었지만, 법제도 측면에서는 굉장한 속도를 냈다. 하지만 평생교육 예산은 교육예산의 0.9%대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교육예산의 10%, 일본 6%, 영국 28%, 호주가 47%를 평생학습에 쏟아붓는 현실을 감안하면 족탈불급이다.
"21세기 학습의 세기를 맞아서 평생학습사회로의 경주에 합류하지 않는 도시는 글로벌시장에 명함 내기가 어렵다"는 김남선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회장(대구대 교수)은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평생학습에 기반한 신정책 대신 과거의 편협된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성장기회를 놓치기 십상이라고 경고한다.
과장된 면도 없지 않지만, 일각에서 대구를 '고담준론의 도시' 혹은 '보수○○' '가부장적 보수 도시'로 폄하하는 것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몇 템포 늦은 대구의 특성을 비꼰 얘기에 다름 아니다.
달서구 동구 수성구 3개 구가 전국 82개 평생학습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운데 대구광역시의 평생학습 마인드는 얼마나 될까? 평생교육법의 전면 개정(2007.12)에 따라 전국 16개 광역지자체는 평생교육진흥원을 설치 또는 지정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대전 경기도 부산 등이 먼저 치고 나가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미 신개념 평생교육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행정2부지사 관할에 평생교육국을 신설한 것이다. 평생교육국에는 교육정책과, 교육협력과 외에 평생교육과가 생겨났다. 평생교육국 배치 인원은 무려 16명(평생교육사 2명), 2011년 평생교육예산은 875억원이다. 2010년 638억원에서 약 250억원이 증액됐다. 이미 경기도는 평생학습이 더 이상 언저리 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경쟁력을 갖추게 하고, 행복지수를 높이는 '기간산업'임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교육과학기술부가 평생교육 실천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실시한 국비 지원 사업공모에 경기도와 대전시가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각각 국비 2억7천500만원씩을 지원받았다. 대전은 이에 힘입어서 지난 7월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을 개원했고, 경기도는 평생교육진흥원 설립에 탄력을 받게 됐다.
대구는 대구평생교육진흥원 설립을 2013년 이후로 미루고 있다. 2013년이면 민선 지자체장을 새로 뽑는 지방선거가 곧 있을 시기여서 계획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대구시는 기획관리실 교육협력담당관 산하에 평생교육팀 3명이 있고, 평생교육사는 한 명도 없다. 대구시의 올해 평생교육 예산은 1억5천900만원에 불과하다.
"평생학습은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을 제공한다"는 현영섭 경북대 교수(평생교육)는 "이제 평생학습은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선택사항이 아니라 지역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자 무형의 기간산업"이라고 강조한다. "학교 교육은 꼭 해야 하고, 평생학습은 그저 취미생활 정도로 생각하는 것부터 고쳐야 한다"는 현 교수는 평생학습을 통해 지역문제를 알게 되고, 공감대가 형성돼야 추진력을 가지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내다본다.
◆평생학습 기반 신정책 펴야
지식정보화시대 평생학습은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혜적인 복지부담을 그만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 다종다양하게 갖춰져 있는 평생교육 인프라를 통합 조정관리하고, 새로운 미션을 부여하여 도시창조와 사회통합의 원동력으로 이끌어갈 복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역내총생산(GRDP)이 십수 년째 광역지자체 가운데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지역에 대기업이 들어오지 않는 현상이 괜히 빚어지는 것이 아니다.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뭔가 혁신하려는 의지로 뭉쳐진 지역사회를 보지 못하면 기업은 절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대구, 이제라도 변화를 위해 평생학습에 길을 묻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글·최미화 뉴미디어국장 magohalmi@msnet.co.kr
사진·박순국 전 매일신문 일본특파원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서 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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