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주요銀 신용등급 줄강등…금융시장 불안 가중

입력 2011-09-23 10:46:57

글로벌 재정 위기에 미국과 유럽은행들이 흔들리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 3대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프랑스 제1의 은행인 BNP 파리바가 큰손들의 예금 인출 사태로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은행 측이 중동의 투자자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유럽 은행권의 신용경색이 극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은행들에 3개월 단위로 달러화를 무제한 공급하기로 하는 등 유럽은행의 신인도가 수직 하강하고 있다.

올 7월 유로존 정상들이 합의한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과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기능 확대는 실제 이행이 가능한 지점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어 유럽 은행들의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지 이틀만인 21일 국가 부채의 위험성을 이유로 현지 은행 7곳의 신용 등급도 하향조정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낮춘 데 이은 것이다.

미국은행의 신인도도 마찬가지다. 무디스는 22일 미국 대형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 시티그룹 등 3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예금 이탈로 대형금융 기관들이 정부 지원에 의존해 연명할 지경에 처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들 은행의 등급 강등은 유로존 재정 위기에 따른 신용 위험뿐 아니라 미국 경기 하강과 깊은 관련이 있어 주목되는 부분이다. 미국 경기 하강으로 인한 유로존 경기 하락이라는 점에서 유로존은 재정 위기 대응과 경기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그러나 EFSF 증액, 유로본드 도입, 금융거래세 신설 등을 둘러싸고 잇따라 불거진 유로존 내 이견 충돌은 유럽 금융시장이 단기에 안정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과는 거리가 멀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재정 위기 민감도가 훨씬 큰 유로존은 미국보다 강도 높은 재정 긴축에 매진할 수밖에 없어서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중앙은행 총재가 ECB의 국채 매입에 대해 '전통적이지 않은 중앙은행의 조치'라고 수차례 지적하고 각국 정부에 결단을 주문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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