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막걸리의 날

입력 2011-09-23 10:47:14

쌀 막걸리가 시중에 첫선을 보인 것은 1978년이었다. 75년에 이미 쌀 자급자족을 달성했다고 판단한 정부는 마침내 막걸리 원료로 쌀을 사용해도 좋다고 허용한 것이다. 그동안 밀가루 80%, 옥수수 20%로 만든 '탁배기'를 마셔온 국민에게 쌀 막걸리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가격이 일반 막걸리에 비해 배나 비쌌지만 우윳빛처럼 하얀 빛깔에다 잘 익은 밥 냄새가 솔솔 나는 쌀 막걸리는 단번에 애주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어느 새 쌀 막걸리가 사라져 버렸다. 발표와는 달리 자급자족 3년 만에 다시 쌀을 수입하게 됐기 때문이다. 섣부른 정책이 부른 해프닝이었다. 부랴부랴 쌀 막걸리 생산이 중단되고 다시 '보리 혼식' 정책으로 되돌아갔다. 당시만 해도 국민들에게 쌀 막걸리는 큰 호사(豪奢)였던 셈이다.

이제 막걸리는 세계적인 발효식품이 됐다. 지난 7월 한국식품연구원은 막걸리에 항암물질인 파네졸 성분이 맥주나 와인보다 최대 25배 많이 들어 있다고 발표, 막걸리의 진가를 보여주었다. 막걸리를 외면하던 일본도 태도를 바꾸었다. 지난해 일본에 수출된 막걸리는 약 1천500만 달러로 전년대비 188%나 증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우리나라에 수입한 '사케' 1천300만 달러를 처음으로 앞지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얼마 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대구 동촌유원지 맞은편 금호강 둔치에서 열린 '대한민국 민속주&막걸리 페스티벌'의 경우 연일 성황을 이루었다. 경북도와 대구시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 외국인을 포함한 관람객이 매일 5만여 명에 달해 막걸리의 인기를 재확인했다.

엊그제 농림수산식품부는 10월 마지막 목요일을 '막걸리의 날'로 정하고 오는 10월 27일 첫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햅쌀로 빚은 막걸리가 전국 동시에 판매된다고 하니 기대가 간다. 지금 독일에서는 세계적인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가 열리고 있고 매년 11월 셋째 목요일에는 프랑스가 그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보졸레누보'를 내놓는 것에 착안, 이들과 한 번 어깨를 겨뤄보겠다는 심산이다. 술을 곁들인 먹거리 축제의 효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막걸리는 다른 술과 달리 안주가 곁들여져야 제 맛이다. 서민의 술답게 파전, 부추전 같은 부침개가 제격이다. 세계화에 걸 맞는 막걸리 안주 개발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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